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사장이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했을 것이란 업계의 관측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라인야후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라인야후, 네이버에 주식 매각 요청

'라인의 아버지'도 쫓겨났다…日, 네이버 지우기 속도
이데자와 사장은 8일 라인야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에 A홀딩스 주식 매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경영진이 이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인야후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지분율 64.5%)다.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주식을 한 주라도 더 가져가면 네이버가 경영 주도권을 잃는 구조다.

이데자와 사장은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대주주인 네이버에 정보기술(IT) 인프라 관리를 강하게 요구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탁처(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라인야후는 이날 주요 ‘보안 거버넌스’ 사항으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 종료한다고 알렸다. 그동안 네이버에 맡겨온 라인야후의 IT 인프라 업무를 분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경영진은 일본 정부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

라인야후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 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신 CPO는 이사직에선 물러나지만 CPO 자리는 유지한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의 경질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 CPO가 사내이사 자리를 내놓은 것을 ‘이상 징후’로 보고 있다. 신 CPO는 2008~2011년 라인 출시 프로젝트를 총괄해 라인의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신 CPO를 라인야후에서 배제하려는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인 움직임은 최근 여러 차례 감지됐다. 신 CPO는 3월 자신이 보유한 라인야후 스톡옵션 중 37.4%(약 3163만 주)를 포기했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엔 외부적 요인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번 이사진 개편으로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개편하게 됐다.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가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바뀌었다. 가와베 겐타로 대표이사 회장과 이데자와 사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 개편은 경영과 사업조직 간 분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라인야후는 이날 매출과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매출은 1조8146억엔(약 15조9531억원), 조정 EBITDA는 4149억엔(약 3조6476억원)이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