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에너지산업 역사의 흐름을 바꿀 액화수소 시대의 원년으로 기억될 겁니다.”

8일 인천에서 열린 SK E&S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식. 세계에서 가장 큰 액화수소플랜트가 문을 여는 이 자리에서 추형욱 SK E&S 사장은 “수소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SK E&S의 수소 자회사인 아이지이 사업장에 지은 액화수소플랜트는 연 3만t 규모로, 조만간 가동에 들어간다.
SK E&S, 세계 최대 플랜트로 수소 시대 연다
SK E&S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및 활용까지 수소 생태계 전반에 걸쳐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그 첫 단추가 인천 액화수소플랜트다. 상업용 버스, 트럭 연료로 쓰이는 액화수소 생산 체계를 갖춰야 수소 에너지 저변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공장 준공으로 SK E&S의 사업영역은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 생산으로 확대됐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기체 상태 부생수소(그레이 수소)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고순도 수소로 정제한 뒤 액체로 냉각한 액화수소를 인천에서 생산해 전국 수소충전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플랜트는 하루 30t의 수소를 생산하는 액화설비 3기, 20t급 저장설비 6기를 갖췄다. 연 생산량은 3만t으로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액화수소 3만t은 수소버스 약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규모다. 액화수소는 기체인 수소를 영하 253도로 냉각해 액체 형태로 바꾼 것이다. 기체 수소 부피의 800분의 1에 불과한 만큼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물량이 10배 많다. 그만큼 대용량 저장 및 운송에 유리하다. 그동안 수소충전소엔 기체 수소를 운반해왔다.

수소 모빌리티,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자 국내 기업들은 액화수소플랜트 완공 및 가동 시기를 늦춰왔다. 효성중공업은 독일 석유화학기업 린데와 지난해 말 플랜트를 완공하려고 했지만, 올해 상반기로 계획을 바꿨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운영하는 하이창원도 플랜트 준공은 마쳤지만, 아직 상업 가동 시기를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 E&S 역시 인천 플랜트의 가동 시기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수소버스 공급 목표를 지난해 582대에서 올해 2700대로 늘리는 등 보급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액화수소 수요처가 넓어질 전망이다. 2027년엔 2만1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SK E&S는 전국 운수회사와 5700대 분량의 수소차 전환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액화수소 충전소도 전국 100개소까지 확대해 충전 인프라를 넓힌다.

현대자동차도 수소 승용차·버스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수소차 넥쏘의 2세대 신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전주공장의 수소버스 생산 규모를 연 500대에서 최대 3000대로 확대했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두산밥캣은 국내 최초로 수소 지게차를 지난 1월 생산했다. 올 연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형규/오현우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