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한마디에 주가 폭등…"2000만원 안 아깝다"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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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영웅' 혹은 '주가 띄우는 호객꾼'
핀플루언서의 명과 암
핀플루언서의 명과 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기업 A사는 유튜브, 인터넷카페 등에서 많은 팬을 거느린 '핀플루언서'(파이낸셜 인플루언서)를 초대하는 기업 탐방 행사를 주기적으로 한다. 핀플루언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해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다.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조만간 회사를 찾기로 했다. A사 관계자는 "주가 관리를 위해 애널리스트보다는 핀플루언서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2차전지 사업을 하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B사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핀플루언서를 찾고 있다. 이들을 회사에 초대해 신사업을 설명하는 탐방 행사부터 유튜브 컨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추천 리포트보다 핀플루언서의 말 한마디가 주가 부양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섭외 비용이 크더라도 부담해야 한다는데 경영진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 케이엔솔, 엔켐 등도 핀플루언서의 덕으로 주가가 오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은 수많은 개미 팬을 거느린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다. 올 들어 주가가 270% 가까이 오르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엔켐은 에스앤티투자자문이 연초부터 추천주로 밀어 관련 유튜브 조회수만 수십만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핀플루언서는 기업 주가에 도움을 주는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편당 500만~20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소 수억원이 드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과 비교하면 핀플루언서와의 협력이 비용은 적게 들고 주가 부양 효과는 큰 경우가 많다"며 "증자 등을 앞두고 주가를 띄워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핀플루언서는 눈길이 가는 대안"이라고 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는 해당 콘텐츠에 '이 기업에게 경제적 대가를 제공 받았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핀플루언서의 주식 관련 콘텐츠는 광고성 여부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워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콘텐츠를 보는 사람에게 정기적인 대가를 받고 투자 조언을 하면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사전 신고를 해야 하지만, 핀플루언서는 이 기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게 부정기적으로 대가를 받는 것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6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됐던 네이버 주식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모씨도 핀플루언서로 불렸다. 강씨는 통정매매 등 시세 조종 성격의 주문을 반복해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등 4개 종목 주가를 띄우고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명 핀플루언서의 기업 홍보가 매수 쏠림을 야기해 주가에 거품을 만들거나, 핀플루언서가 자기 콘텐츠 노출을 염두에 두고 선행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IR담당자 사이에선 "일부 유명 핀플루언서를 섭외하려면 회사 주식을 줘야한다"는 얘기도 돈다. 회사를 홍보해 주가를 띄운 뒤 유상증자 또는 메자닌 발행을 할 때 핀플루언서를 조합 참여 형태로 주주·채권자 명단에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기업 지분을 보유한 핀플루언서가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지분을 매도하는 선행매매로서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핀플루언서가 주가를 움직이기 위해 자기 유명세를 활용하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의 의사 결정이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주가 띄워라" 핀플루언서 찾는 기업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를 띄우기 위해 핀플루언서와 협력하는 상장 기업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은 핀플루언서를 경계하는 경우가 많았고, 핀플루언서 역시 기업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핀플루언서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이들과 대립하기보다 협력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2019년 2949만개에서 최근 7280만개로 늘어나는 등 개인 투자자 수가 급증한 게 이런 변화의 배경이다.2차전지 사업을 하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B사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핀플루언서를 찾고 있다. 이들을 회사에 초대해 신사업을 설명하는 탐방 행사부터 유튜브 컨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추천 리포트보다 핀플루언서의 말 한마디가 주가 부양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섭외 비용이 크더라도 부담해야 한다는데 경영진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 케이엔솔, 엔켐 등도 핀플루언서의 덕으로 주가가 오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은 수많은 개미 팬을 거느린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다. 올 들어 주가가 270% 가까이 오르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엔켐은 에스앤티투자자문이 연초부터 추천주로 밀어 관련 유튜브 조회수만 수십만에 달한다.
◆증자 목적도…금융당국 규제 안 받아
상장사가 증자를 염두에 두고 핀플루언서와 협력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만기를 앞둔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을 유도하거나, 높은 주당 가액으로 유상증자를 해 큰 돈을 조달하는 식이다. C사는 지난해 핀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이후 수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핀플루언서는 기업 주가에 도움을 주는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편당 500만~20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소 수억원이 드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과 비교하면 핀플루언서와의 협력이 비용은 적게 들고 주가 부양 효과는 큰 경우가 많다"며 "증자 등을 앞두고 주가를 띄워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핀플루언서는 눈길이 가는 대안"이라고 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는 해당 콘텐츠에 '이 기업에게 경제적 대가를 제공 받았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핀플루언서의 주식 관련 콘텐츠는 광고성 여부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워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콘텐츠를 보는 사람에게 정기적인 대가를 받고 투자 조언을 하면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사전 신고를 해야 하지만, 핀플루언서는 이 기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게 부정기적으로 대가를 받는 것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세 조종 등 위법 행위 연루 가능성
일각에서는 "핀플루언서를 통한 과도한 홍보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작전 세력의 인위적 주가 부양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6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됐던 네이버 주식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모씨도 핀플루언서로 불렸다. 강씨는 통정매매 등 시세 조종 성격의 주문을 반복해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등 4개 종목 주가를 띄우고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명 핀플루언서의 기업 홍보가 매수 쏠림을 야기해 주가에 거품을 만들거나, 핀플루언서가 자기 콘텐츠 노출을 염두에 두고 선행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IR담당자 사이에선 "일부 유명 핀플루언서를 섭외하려면 회사 주식을 줘야한다"는 얘기도 돈다. 회사를 홍보해 주가를 띄운 뒤 유상증자 또는 메자닌 발행을 할 때 핀플루언서를 조합 참여 형태로 주주·채권자 명단에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기업 지분을 보유한 핀플루언서가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지분을 매도하는 선행매매로서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핀플루언서가 주가를 움직이기 위해 자기 유명세를 활용하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의 의사 결정이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