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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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사진)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히기 전, 이웃한 세르비아의 고급 아파트에 숨어지냈다고 현지 언론매체 노바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권씨는 수도 베오그라드의 부촌인 데디네에 있는 고급 아파트 '앰배서더 파크'의 복층형 한 채를 구매해 몇개월간 거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바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아파트는 권씨의 측근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0만유로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현재 환율로는 원화로 약 29억3000만원이다.

권씨와 한씨가 이곳에 거주하던 시기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 명단에 올랐을 때다. 권씨와 한씨는 이외에도 주차 공간 2칸도 구매했다. 이들이 적어도 차량 2대를 보유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DL 뉴스는 이 아파트가 외교관과 부유층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라고 소개했다. DL 뉴스는 권씨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세르비아 당국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과연 세르비아 당국이 권씨의 행적을 추적해 체포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권씨가 은신했던 아파트가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한국 당국은 세르비아 현지 경찰과 협력해 권씨를 추적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권씨는) 훨씬 더 가까이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권씨는 해외 도피 중에도 가끔 팟캐스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하며 공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3월 초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통화에서 자신의 거주지를 당국과 공유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으며 "그들은 분명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테라폼랩스 창업자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한씨와 함께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이 몬테네그로 대법원에서 뒤집힌 가운데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안팎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한 만큼 권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