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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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소비자물가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계절 중에선 여름철 강수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상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불안정해진 기상여건이 소비자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번 보고서에 담겼다.

KDI에 따르면 기온, 강수량 등 날씨 충격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를 단기(약 1~2개월)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 상승 또는 하락하는 경우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상승하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mm 증가 또는 감소하면 0.0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온에 비해 강수량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외 다른 계절의 날씨 충격은 물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상 여건 변화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지만 이 같은 가격 상승이 물가의 기조적 흐름에는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간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중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에 회귀하는 경향이 발견됐다"며 "따라서 일시적인 신선식품가격 변동에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신선식품 가격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기 때문에 신선식품 가격을 이유로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DI는 날씨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구온난화로 집중호우, 가뭄 등 기상 여건이 빈번하게 변화할 뿐 아니라 변화 강도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농산물 수입 확대, 품종 개량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