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는 거의 국가 비상사태”라며 “과거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아주 공격적이고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신설 부처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도 했다.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경제 개발을 이끌게 했듯, 저출생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부총리급 ‘인구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분기 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지며 ‘국가 소멸’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자문기구라는 성격상 예산 집행권도, 관련 부처를 조정할 힘도 없다. 실무 인력이 수십 명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 여러 부처에서 1년~1년반 정도 파견 나와 일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저출산위는 저출생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은 2005년 출산율이 1.26명까지 떨어지자 ‘1억총괄상’이란 특임장관직을 신설해 출산율 급락을 막았다. 지금 우리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적 역량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고 그렇게 마련한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부처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야당도 정부조직법 개정에 적극 협력하길 바란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인구부’, 더불어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공약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저출생대응기획부와 별로 다르지 않다.

관련 부처 신설이 단순히 ‘정부 몸집 불리기’나 ‘윤석열 정부 사업’에 그쳐선 안 된다. 저출생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정권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단순히 돈만 퍼붓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현금 지원 못지않게 출산·육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출산 확대 정책과 함께 인구 감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 연금, 교육 등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도,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지금이 국가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국가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