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박종규 KSS해운 창업자(앞줄 왼쪽 세 번째)의 모교 특강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SS해운 제공
지난 8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박종규 KSS해운 창업자(앞줄 왼쪽 세 번째)의 모교 특강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SS해운 제공
“기업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公器)입니다.” 해운회사를 세워 30여 년간 액화석유가스(LPG) 등 액체석유화학 제품 운송업을 이끌어 온 박종규 KSS해운 고문이 지난 8일 서울대에서 한 모교 특강에서 ‘기업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내놓은 답이다. 경영인의 삶을 살아 온 그의 일생을 대변하는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박 고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LPG와 화학약품 등 특수화물을 운송하는 KSS해운을 창업했다. 1960년 대한해운공사에 입사해 9년간 해운업 관련 경험을 쌓으며 키워 온 “국가 성장에 힘이 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망이 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는 “일본에서 빌려 온 작고 낡은 화물선 한 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급증하는 액화가스 수요에 힘입어 보유 운반선을 늘리는 등 KSS해운은 꾸준히 성장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KSS해운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15척을 보유하고 있다. 초대형 LPG 운반 부문에서 세계 5위에 달하는 규모다. 글로벌 해상 운임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전년 대비 6.1% 증가한 4726억원의 매출을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995년 회사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박 고문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뒤 2003년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회사를 떠날 때 일선 임직원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박 고문의 결심은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제약기업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의 행보를 따라가겠다는 대학 시절 다짐에서 출발했다. 그는 “‘주인 없는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다”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임직원을 ‘동업자’라고 생각했기에 이들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4년을 일한 박찬도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고문이 회사를 이끌던 시절 고수한 경영 철학은 ‘투명성’이다. 회사를 창업하면서 그는 ‘리베이트 근절’을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리베이트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판매금액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박 고문은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운송업체가 화주에게 리베이트를 주면서 계약을 따내는 일이 흔했다”며 “리베이트를 주기 위해 이중장부를 만드는 등 회계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부정과 비리가 싹틀 것이라 생각해 전부 없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기업의 조건으로 “직원이 주인인 회사”를 강조했다. 박 고문은 “사장과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고 근로자”라며 “모두가 기업 발전, 나아가 사회 발전을 위해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각자의 일에 임해야 기업이 튼튼해진다”고 짚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