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이스라엘에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서면 무기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를 날렸다. 라파 지상전을 도우면 국제사회와 미국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이 폭탄과 다른 공격 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를 다루는 데 사용한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적극적인 지원을 고수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뉴욕타임스(NYT)에 “가자 전쟁이 대선 캠페인, 민주당의 단결, 미국의 국제 위상에 방해물이 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했던 고폭발성 폭탄 선적도 보류했다. NYT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전 세계에서 긴밀한 안보 동맹 중 하나인 양국의 76년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듣기에 힘들고도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표를 던진 미국 유대인이 많다. 지금 그들은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