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고공 행진한 미국 증시가 최근 출렁거리며 횡보하자 손실을 일부 방어해주는 버퍼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버퍼형 ETF도 잇따라 출시됐다. 다만 상승폭에 제한이 있는 데다 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위험 회피에 무게를 둬야 하는 은퇴자 등에게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률 천장 있는 대신 손실 보전, 증시 출렁이자 버퍼형 ETF 뜬다
9일 ETF닷컴에 따르면 버퍼형 ETF의 순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약 369억달러(약 50조5530억원)로 1년4개월여 만에 약 160억달러 증가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버퍼형 ETF는 161개에 이른다.

버퍼형 ETF는 횡보장이나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손실 보전 비율을 10%로 가정할 때 기초지수가 10% 하락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15% 떨어지면 5% 손실을 본다. 다만 최대 수익률이 제한돼 있어 상승장에서는 불리하다. 주요 버퍼형 ETF의 손익 범위는 약 15%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증시가 흔들리자 버퍼형 ETF는 시장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이노베이터 S&P500 파워 버퍼’(PJAN)는 변동성이 크던 최근 한 달간 0.44%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0.43% 내린 것과 대비된다. 현재 이 상품의 수익률 상한과 손실 보전 비율은 각각 14.23%, 15%다.

투자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ETF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일 상장된 ‘칼라모스 S&P500 구조화 방어 대체’(CPSM)는 만기인 내년 4월 30일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100% 보장해준다. 대신 이 기간 수익률은 최대 9.65%로 제한된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손실 100% 보전 ETF ‘이노베이션 에쿼티 디파인드 프로텍션’(TJUL)이 상장된 뒤 이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크레인셰어즈는 중국 정보기술(IT) 종목에 투자하는 버퍼형 ETF인 ‘크레인셰어즈 100% KWEB 디파인드 아웃컴’(KPRO)을 내놨다. 이 상품 투자자는 2년간 원금을 100% 보장받고 최대 22.69%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중국 증시에 투자하고 싶지만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일반 ETF와 달리 만기가 있는 등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버퍼형 ETF는 보통 1~2년 만기가 있고 이 기간에 보유해야 손실 보전 한도를 온전하게 챙길 수 있다. 매수 시기에 따라 수익률 상한과 손실 보전 비율이 달라진다.

높은 수수료도 단점으로 꼽힌다. 버퍼형 ETF의 총보수는 연 0.8% 수준으로 미국 대표지수형 ETF(0.09% 수준)보다 높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금을 지켜야 하는 은퇴자나 변동성 장세에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