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를 당초 약속한 대로 폐지하기 위해 국회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징벌적 과세를 완화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등 기존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는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걸려 있어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야당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모든 투자자에게 매기는 세금이다. 당초 여야 합의에 따라 내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올초 금투세 폐지를 선언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되고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도입을 시도했다 포기한 대만의 사례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금융·주식 투자를 할 때 배당소득세 등이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데, 여기에 금투세까지 더해지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업을 옥죄면서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적절한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의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징벌적 과세’라고 지적하며 완화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지난 정부 때 매매 가격만 폭등한 게 아니라 전세가가 폭등했다”며 “갭 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전세사기도 발생해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