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운용 보수 인하 출혈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최저 보수’를 내건 데 이어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까지 수수료를 0.01% 이하로 내렸다. 선두권 업체들의 경쟁으로 자산운용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 삼성 ETF 보수 인하에 '맞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098%로 인하한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저 수준이다. 1억원을 넣으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1만원도 안 되는 셈이다. 이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 1년 만기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로 시가총액이 6049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국내 상장된 기존 금리형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며 “국내 최저 수준으로 보수를 인하하면서 투자자들의 편익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의 속내에 ETF 점유율 경쟁이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점유율 39.2%)과 미래에셋자산운용(36.5%)이 양분하고 있다.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말까지만 해도 50%를 웃돌았지만 미래에셋의 수수료 인하와 공격적 마케팅에 밀려 현재 40%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삼성은 지난달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낮췄다. 미래에셋은 이를 겨냥해 수수료를 0.0001%포인트 더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1, 2위 간 싸움에 후발 주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 총보수를 0.25%로 책정했다. 세계 미 국채 30년 레버리지 ETF 상품 중 가장 낮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