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3월부터 투자자들이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동안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주식 매매·중개 기능을 갖춘 대체거래소(ATS·다자간 매매 체결회사)를 통해서다. ATS가 본격 도입되면 한국거래소(KRX)의 증권 거래 독점 체제는 약 70년 만에 깨진다.

오전 8시~저녁 8시 주식 거래한다
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내년 상반기 ATS인 넥스트레이드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넥스트레이드에는 금투협과 주요 증권사 등 34곳이 출자했다. 금융당국은 이 ATS에서 유동성이 높은 800여 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종목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가능하게 현행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조각투자 형태 투자계약증권과 토큰증권(ST) 등도 ATS를 통해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ATS가 생기면 KRX와 경쟁이 붙어 증권 거래 수수료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프라 경쟁이 투자자의 편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수수료 20~40% 싸게"…증권거래소 경쟁 시작됐다

대체거래소(ATS)가 내년 상반기 정식 출범하면 주식 거래시간이 기존에 비해 5시간30분 늘어난다. ATS는 오전 8~9시를 개장 전 시장(프리마켓), 오후 3시30분~8시를 폐장 후 시장(애프터마켓)으로 운영한다. 한국거래소(KRX)의 단일가 매매 시간인 오전 8시30분~9시, 오후 3시20분~3시30분에도 ATS를 통하면 즉시 매매를 체결할 수 있다.

거래소 간 경쟁이 붙으면서 거래 전략에 쓰이는 호가 유형도 다양해진다. 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연 세미나에선 ATS에 쓰일 ‘중간가호가’ ‘스톱지정가호가’ 등 두 가지 호가 유형이 공개됐다. KRX도 ATS 출범 시기에 맞춰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간가호가는 최우선 매도·매수 호가의 중간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는 방식이다. 예컨대 기관이 삼성전자 1000주에 대한 지정가 매도 주문을 7만9800원에 냈고, 투자자들의 최우선 매수 호가가 7만9700원이라면 중간값인 7만9750원에 주문이 체결되는 식이다.

스톱지정가호가 유형도 도입된다. 시장 가격이 투자자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 수준에 도달하면 지정가로 주문이 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만2000원인 주식에 대해 ‘시장 가격이 1만3000원에 도달하면 1만3500원에 지정가로 매수한다’는 주문을 낼 수 있다. 시장 가격 변화와 연동되는 호가 유형이다 보니 손절매, 분할매수 등에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ATS는 매매 체결 수수료를 KRX 대비 20~40% 낮출 방침이다. 다만 대규모 거래를 하지 않는 일반 투자자들이 수수료 경쟁에 따른 효용을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KRX가 주식 거래에 대해 ‘사실상 제로’ 수준인 0.0027%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두 거래소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투자자가 주문 과정에서 정하게 된다. 별도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증권사가 ATS와 KRX의 통합 호가를 기준으로 매수 비용, 매도 대가,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선택지를 찾아 주문을 집행한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문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집행하도록 하는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