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론머스크를 소개합니다"…금양의 미국IR 뒤에 숨겨진 우려 [나수지의 뉴욕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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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자금조달" 회사측 청사진에도
배터리 납품, 재무구조 불안정 등 위험요소
배터리 납품, 재무구조 불안정 등 위험요소
"한국의 일론머스크로 불리는 금양의 류광지 회장을 소개합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OTC마켓 그룹 본사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데이' 행사장. 코스피 상장사인 금양과 비상장사인 SK 에코플랜트, SM랩의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금양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담당한 JP모건 관계자들과 현지 투자자 30여명이 참석했다. 화려한 소개말과 함께 등장한 류광지 금양 회장은 1950년대 사카린 생산으로 시작해 발포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이제는 2차전지 생산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금양의 역사를 소개했다. 류 회장은 "금양이 보유중인 몽골, 콩고 광산에서 리튬과 텅스텐 등을 채굴해 2차전지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 기장에 짓고있는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공장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도 힘줘 말했다.
화려한 설명과 달리 구체적인 청사진은 부족했다.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려면 막대한 연구개발(R&D)자금과 생산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은 1조374억원, 삼성SDI는 1조1364억원, SK온은 3007억원이다. 지난해 금양은 R&D 비용으로 63억원을 썼다. 이 날 금양이 투자자 행사(IR)을 연 것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류 회장은 해외 추가 자금조달 관련 질문에 대해 "미국 주정부로부터 공장을 지어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경쟁사의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큰 돈이 필요한 만큼, 미국에서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싶다"고만 답했다. 배터리 납품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금양은 21700 배터리는 내년 초부터, 4695(지름 46㎜·95㎜) 배터리는 내년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제는 누가 배터리를 사 갈 것이냐다. 금양은 아직 배터리 관련 공급 계약을 공시한 적이 없다. 이 날 공급계약을 추진중인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류 회장은 "공시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며 "계약이 모두 진행된 다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장호철 금양 경영기획팀 상무는 "전동 카트 등 소형 이동수단 생산 기업 가운데 안정성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며 "다만 전기차는 안전 문제로 1년 이상의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도 지켜봐야한다. 지난달 최대주주인 류 회장은 블록딜(시간외 대규모 주식 매도)로 보유주식 230만주(지분 4.55%)를 2439억원에 처분했다. 류 회장은 블록딜로 확보한 자금을 설비투자 지원 명목으로 회사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류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제이인터내셔날과 케이와이에코도 지난해 금양 지분을 각각 2.67%, 1.21% 처분했다. 금양도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각해 1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가 2차전지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2년만에 20배 이상 상승한 뒤 벌어진 일이다.
금융기관 대출이나 외부자금 유치 등 다른 자금 조달 방법대신 최대주주의 주식매각으로 투자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해외기관 투자 유치를 진행하던 중 거래소의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등으로 무산됐다"며 "정해진 투자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최대주주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양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작성을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순손실은 604억원을 기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882억원 더 많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만큼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양이 추진중인 미국 OTC 시장 상장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지 투자자들의 평가다. 금양은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미국 장외시장(OTC)에 유통주식의 10%에 해당하는 580만5003주를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 카네기코퍼레이션에서 신흥국 투자를 담당하는 스웩시아 판타 수석 애널리스트는 "OTC 시장은 거래량이 적어 기관투자가들이 자주 거래하는 시장은 아니다"며 "패밀리 오피스 등 일부 투자자들이 장기보유 목적으로 특정 주식을 거래할 때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즉각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이나 유동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금양의 2차전지 관련 매출은 '0'이다. 매출 대부분이 기존 사업분야인 발포제에서 나온다. 회사는 내년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발포제 기업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건 3년 전 부터다. 시장이 금양의 성과를 기대반 걱정반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OTC마켓 그룹 본사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데이' 행사장. 코스피 상장사인 금양과 비상장사인 SK 에코플랜트, SM랩의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금양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담당한 JP모건 관계자들과 현지 투자자 30여명이 참석했다. 화려한 소개말과 함께 등장한 류광지 금양 회장은 1950년대 사카린 생산으로 시작해 발포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이제는 2차전지 생산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금양의 역사를 소개했다. 류 회장은 "금양이 보유중인 몽골, 콩고 광산에서 리튬과 텅스텐 등을 채굴해 2차전지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 기장에 짓고있는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공장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도 힘줘 말했다.
화려한 설명과 달리 구체적인 청사진은 부족했다.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려면 막대한 연구개발(R&D)자금과 생산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은 1조374억원, 삼성SDI는 1조1364억원, SK온은 3007억원이다. 지난해 금양은 R&D 비용으로 63억원을 썼다. 이 날 금양이 투자자 행사(IR)을 연 것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류 회장은 해외 추가 자금조달 관련 질문에 대해 "미국 주정부로부터 공장을 지어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경쟁사의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큰 돈이 필요한 만큼, 미국에서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싶다"고만 답했다. 배터리 납품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금양은 21700 배터리는 내년 초부터, 4695(지름 46㎜·95㎜) 배터리는 내년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제는 누가 배터리를 사 갈 것이냐다. 금양은 아직 배터리 관련 공급 계약을 공시한 적이 없다. 이 날 공급계약을 추진중인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류 회장은 "공시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며 "계약이 모두 진행된 다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장호철 금양 경영기획팀 상무는 "전동 카트 등 소형 이동수단 생산 기업 가운데 안정성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며 "다만 전기차는 안전 문제로 1년 이상의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도 지켜봐야한다. 지난달 최대주주인 류 회장은 블록딜(시간외 대규모 주식 매도)로 보유주식 230만주(지분 4.55%)를 2439억원에 처분했다. 류 회장은 블록딜로 확보한 자금을 설비투자 지원 명목으로 회사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류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제이인터내셔날과 케이와이에코도 지난해 금양 지분을 각각 2.67%, 1.21% 처분했다. 금양도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각해 1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가 2차전지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2년만에 20배 이상 상승한 뒤 벌어진 일이다.
금융기관 대출이나 외부자금 유치 등 다른 자금 조달 방법대신 최대주주의 주식매각으로 투자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해외기관 투자 유치를 진행하던 중 거래소의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등으로 무산됐다"며 "정해진 투자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최대주주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양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작성을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순손실은 604억원을 기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882억원 더 많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만큼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양이 추진중인 미국 OTC 시장 상장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지 투자자들의 평가다. 금양은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미국 장외시장(OTC)에 유통주식의 10%에 해당하는 580만5003주를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 카네기코퍼레이션에서 신흥국 투자를 담당하는 스웩시아 판타 수석 애널리스트는 "OTC 시장은 거래량이 적어 기관투자가들이 자주 거래하는 시장은 아니다"며 "패밀리 오피스 등 일부 투자자들이 장기보유 목적으로 특정 주식을 거래할 때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즉각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이나 유동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금양의 2차전지 관련 매출은 '0'이다. 매출 대부분이 기존 사업분야인 발포제에서 나온다. 회사는 내년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발포제 기업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건 3년 전 부터다. 시장이 금양의 성과를 기대반 걱정반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