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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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2분기 실적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 반도체·자동차 '빅4' 종목을 제외하면 오히려 2분기 실적 예상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기 부진과 배터리 수요 감소로 국내 주요 산업인 철강·화학·2차전지 업종의 실적 부침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가 존재하는 상장사 225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산액 예상치는 55조1237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52조9333억원에서 4.13% 상향됐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기아 등 주요 4개 업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상장사 실적 눈높이는 소폭 하향됐다. 이들 4개 업체를 제외한 상장사 221개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35조74억원으로 한 달 전 35조4350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2톱'의 실적 전망이 대폭 상향되면서 전체 상장사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한 달 사이 50.9%가 뛰어 기존 2조9002억원에서 4조3765억원까지 상향됐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7.2% 증가해 8조18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 실적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은 이익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중국 경기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화학·철강 업종은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 12개 사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은 1개월 전 10조7398억원에서 12조7792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업종 12개 사의 영업이익 예상치도 같은 기간 8조6156억원에서 9조2523억원으로 7.39% 늘어났다.

실적 전망이 내려간 주요 업종 중에서는 2차전지가 가장 부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 7개 주요 2차전지 업체들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합산액은 1개월 전 9178억원에서 최근 6263억원으로 31.7% 감소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유가 상승, 중국 경기 부진 영향을 받는 화학주, 철강주도 실적 예상치가 꺾였다. 화학 업종 주요 14개 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1개월 새 15.3% 줄어 1조501억원으로 전망됐다. 철강 업종 4개 사의 경우 한 달 전 1조2132억원에서 9940억원으로 18.06% 감소했다.

화학 대장주인 LG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17.9% 감소해 5100억원에 그쳤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기존 소폭 흑자 전망에서 적자 전망으로 바뀌었다.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도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한 달 사이 각각 18.4%, 20.6% 줄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020~2023년 과도한 증설의 여파로 주요 화학주 수익성은 여전히 하락 중"이라며 "업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유가 강세 부담은 남아있다"고 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철강 산업은 중국 부동산 침체에 따른 수요 전망 악화와 공 급과잉 물량의 밀어내기 수출 지속 등으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가 역시 실적 전망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13.02%, KRX 자동차 지수는 5.08% 올랐다. 반면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9.98%, KRX 철강 지수는 7.90%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한동안 업종별로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자동차 다음으로 실적이 개선될 종목들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까지는 반도체, 자동차 업종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자 관심도 이들 업종에 집중됐다"며 "인터넷·게임, 해운, 소프트웨어, 음식료 등의 업종은 실적 전망이 개선됐지만, 주가는 비교적 덜 올라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