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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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식 환율 책정에 아이패드 프로 13인치 모델이 200만원에 육박하니 아무래도 가격 저항감이 크네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했으니 (일정 기간 내 파손 시 수리 등을 지원하는 애플의 보험) '애플케어'도 추가해야 할 텐데, 구형 아이패드를 더 사용하려 합니다."

신형 태블릿 PC 구입을 염두에 두고 7일(현지시간)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공개 행사를 챙겨봤다는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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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등장에 소비자 사이에는 가격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한국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아 성능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태블릿 PC로는 가격이 너무 높다는 평가다. 18개월 만의 공백 기간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을 예상했지만 애플식 환율 책정에 미국 판매가보다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형 아이패드는 고가모델인 '프로' 모델의 경우 크기에 따라 11인치 모델은 999달러(한국은 149만9000원)부터 시작하며, 13인치는 1299달러(한국은 199만9000원)부터로 책정됐다.

미국 가격과 비교하면 11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372원5전이었지만 한국 출시가는 원·달러 환율 1500원을 적용한 셈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 유심칩을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셀룰러 타입의 13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최고용량인 2TB, '나노 텍스처 글래스 글래스' 옵션을 적용할 경우 가격이 394만9000원으로 400만원에 육박한다. 미국에서 같은 사양 가격이 2599달러임을 고려하면 38만원의 차이가 나 10%가량 비싸게 구입하는 셈이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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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시가격은 세금이 미포함 상태란 점을 고려해도 한국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인공지능(AI) 특화 차세대 칩 'M4'과 OLED 패널 채택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이패드 (프로) 13인치 2TB 가격이 일요일에 구입한 냉장고 2개 가격을 넘는다"고 가격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신형 아이패드 프로와 매직키보드를 더한 가격이 (노트북) 맥북 에어보다도 월등히 비싸다"고 토로했다.

애플의 이같은 자의적 환율과 가격 정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이폰15 출시 당시 원·달러 환율 하락분을 반영하지 않고 전년 환율 그대로 원화 기준 출시가를 정해 소비자 사이 불만이 일기도 했다.

또한 올해 애플식 환율은 팬덤이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위해 즐겨 찾는 일본에서도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를 반영해 직구족의 아쉬움을 살 전망이다. 일본에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모델은 16만8800엔, 13인치 모델은 21만8800엔부터 시작한다. 원·엔 환율(880원91전)을 적용하면 프로 11인치는 149만원, 13인치는 193만원 수준이다.

'애플빠' 등으로 불리는 공고한 아이폰 팬덤은 한국이 통상 1차 출시국에 속하지 못하거나 국내 출시가가 타국보다 비싼 수준이란 점을 고려해 일본 등에서 신형 모델을 직구하는 사례가 많다. 다만 신형아이패드의 경우 현지 출시가 등을 고려하면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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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신형 아이패드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애플은 미국을 비롯한 29개국에서 15일(현지시간) 신형 아이패드를 공식 출시한다. 역대 아이패드 중 최장기간인 18개월 만의 공백기를 끝내고 등장한 신형 아이패드 11세대는 기대를 모은 애플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M4를 품었다.

아이패드가 노트북 맥북 최신 버전에 들어간 M3 칩보다 한단계 뛰어난 두뇌를 갖추게 된 것. M4는 애플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M3의 후속 모델로, 2세대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기술이 적용됐다. 이와 함께 프로 모델은 두 장의 OLED를 겹친 '탠덤 OLED'로 구축한 '울트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SDR·HDR 콘텐츠에 대해 1000니트(1니트는 1㎡ 공간에 촛불이 한 개 켜진 밝기)의 전체 화면 밝기를 지원한다. 프로의 경우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식각 처리, 반사광을 한층 줄인 '나노 텍스처 글래스 글래스'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긴 신제품 공백기를 거친 끝에 M4와 OLED 탑재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신형 아이패드 공개 행사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아이패드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단연코 업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