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美 공장 어디 없나요"…'물밑 작업' 펼치는 삼성바이오 [남정민의 붐바이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론자가 1.6조에 사들인 미국 공장
삼성이 먼저 검토했지만 "포기"
IRA, 미중갈등 외부 요인에
미국진출 '큰 그림' 고심
삼성이 먼저 검토했지만 "포기"
IRA, 미중갈등 외부 요인에
미국진출 '큰 그림' 고심

그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물밑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아니면 기존에 있던 공장을 사들이는 겁니다.
론자보다 먼저 美 바카빌 공장 검토했던 삼성

다른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들 역시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글로벌 CDMO 1위 기업 론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바카빌에 있는 33만L 규모의 항체 위탁생산(CMO) 공장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론자보다 먼저 이 바카빌 공장에 눈독들인 기업이 있었습니다.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또다른 삼성 내부 관계자는 “비딩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포기한 것”이라며 “옛날부터 시설적 결함이 있는 조금씩 있었던 공장으로 알고 있으며, 그 공장을 사서 업그레이드 시킬 바에는 차라리 새로 짓거나 다른 매물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바카빌 설비는 지은 지 20여년 정도 된 공장입니다. 앞으로 항체뿐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까지 염두에 둔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오래된 공장을 사서 설비까지 보완하는 것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앞서 론자는 약 1조6000억원을 들여 바카빌 공장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격화되는 미중갈등 속 중장기 호재 노려야

미중갈등도 주요 요인중 하나입니다.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 3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고,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위원회는 오는 7월 휴회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바이오협회 회원사였던 우시는 협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했고,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 USA’에도 불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기조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는 중장기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우시가 맡고 있는 물량 중에는 비만약 ‘마운자로’의 원료가 포함돼있는 등 대어급 수주 계약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바이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국 CDMO에 대한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무려 79%의 기업이 ‘중국에 기반을 두거나, 중국이 소유한 제조업체와 1개 이상의 계약을 맺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그 계약들이 모두 다른 CDMO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삼성도 포함입니다.
미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 기업들이 제조 파트너를 바꾸는 데 최대 8년까지도 걸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부 하원의원들은 2032년까지 중국 바이오기업과 기존에 맺은 계약도 종료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제약전문매체 엔드포인트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랜 기간이 걸리는 의약품 개발 특성상 이 기한(8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라며 “기존 계약뿐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해외 박람회 등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해외공장 건설 및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왔고, 여기에 더해 최근 공격적인 행보도 포착된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진출 ‘큰 그림’이 조만간 빛을 발하길 기대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