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 "세계화 위해 국민 관심 모아야"
"종이문화는 창의력·인성 키워…한지 산업 육성해 후손에 물려줄 것"
"천년 가는 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는 보전·발전 첫걸음"
"훈민정음·직지심체요절·난중일기·조선왕조실록·무구정광다라니경…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우리 문화재 탄생의 비밀은 천년을 간다는 전통 한지(韓紙)에 있습니다.

유네스코 유형문화유산으로 한지를 등재하는 것은 보전과 발전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
정부는 최근 유네스코 본부에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등재 여부는 2026년 12월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지는 닥나무를 주 섬유 재료로 황촉규 점질물 등을 첨가해 흘림 뜨기 방식으로 떠올려 제조한 전통 종이를 가리킨다.

수입종이에 밀려 어렵게 명맥을 이어온 한지의 보전·발전과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2021년 결성된 한지살리기재단을 이끄는 이배용 이사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국민들의 전통 종이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고 세계인의 관심도 증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재단은 한지 문화의 보급을 위해 202년 10월 10일을 '한지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한지 관련 심포지엄과 국제학술행사를 열고 있다.

또 전통 한지를 제작하는 장인인 '한지장'(韓紙匠)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앞장섰고, 이들이 운영하는 전국의 한지 생산지를 순회하면서 뜻을 모아 유네스코 등재 활동을 펼쳐왔다.

이 이사장은 "고려·조선시대 생산된 한지의 우수성에 대해서 중국과 일본이 호평한 기록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며 "그런데도 중국의 '선지'(宣紙)와 일본의 '화지'(和紙)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이보다 품질이 더 좋은 한지의 등재는 늦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전통문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한지를 생산해 온 이들의 명예와 긍지를 되살리고 한지 산업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천년 가는 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는 보전·발전 첫걸음"
국가브랜드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이 이사장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세계유산분과를 맡아 우리 유형 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힘써왔다.

그는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한지 보급에 앞장서 온 이들이 찾아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아직 안됐다며 힘을 보태달라는 말에 놀랐다"며 "무엇보다도 먼저 등재됐어야 할 우수한 유산임에도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부족했다는 생각에 발 벗고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도 역임하며 폭넓은 인맥을 가진 이 이사장은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각계의 동참을 호소했다.

통도사 방장으로 조계종 종정인 성파스님이 참여했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유인촌 문체부 장관·김성재 전 문체부 장관도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이 밖에도 정관계 인사와 여러 대학 총장이 함께하면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 이사장은 "안동·문경·청송·전주·함양·완주 등 전국 11곳의 한지 생산지를 돌아보며 한지장들의 장인 정신과 우리 것을 지키려는 노력에 감동했다"며 "한지가 전통 산업으로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수천 년을 이어온 종이 문화는 차세대에게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는데 꼭 필요하다"며 "전통을 낡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비하해서는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통합해 관리하고 지원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지자체·시민단체·문화재청 등이 협력하되 민간이 주도하는 통합센터를 구성하면 문화유산의 보전 뿐 아니라 계승 발전을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