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제조기업의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에 빼돌린 회사 대표와 임원 등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0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 김희영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징역 1년∼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수사에 협조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법정 구속됐으며, A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반도체 및 태양광발전용 전문장비 제작 업체에는 벌금 3억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국내 피해 기업의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장비 도면 등을 중국 상하이에 있는 신생 반도체 기업에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중국 업체에서 반도체 장비 납품을 의뢰받자 피해 기업에 근무했던 2명과 공모해 핵심 기술 자료를 빼냈으며, 나머지 한 명도 한 하청업체로부터 피해 기업의 또 다른 자료를 확보해 핵심 기술 유출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2020년 6월 국내 기업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에서 무단 사용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이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반도체 웨이퍼 제조 분야에서 세계 5위를 기록하던 피해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에 웨이퍼를 제조·납품하는 등 전 세계 웨이퍼 판매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유출한 핵심 기술이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 기업과 비밀 유지 서약을 맺었음에도 영업비밀을 유출하고, 이 기술이 중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사용·누설했다”며 “이런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해외 경쟁 업체가 우리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일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