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거래 실적에 따라 암호화폐를 보상받는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수백억원대 ‘세금 폭탄’을 맞았다. 국내 2위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즉각 세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투자자 혼란은 겨우 피하게 됐다. 다만 빗썸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조세 불복 절차를 밟으면서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8~2021년 빗썸의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총 400억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했다. 과세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이벤트 보상에 세금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각 관할세무서에서 빗썸 고객을 대상으로 총 190억원 규모의 종합소득세를 개별 고지하고 있다. 이 밖에 빗썸 고객 1만700여 명에게 부과된 원천징수세액 202억원은 빗썸 측이 전액 납부했다.

당시 빗썸은 약 150건의 이벤트를 통해 고객에게 833억원어치의 가상자산 등을 지급했다. 첫 거래 고객, 거래금액 상위 고객, 일정 거래금액을 달성한 고객 등에게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주는 식이었다. 당시 빗썸은 국내 암호화폐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1위 거래소였다.

과세당국은 빗썸 고객이 받은 이벤트 보상이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복권, 경품권, 그 밖의 추첨권에 당첨돼 받는 금품’ 등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5만원이 넘는 경품에 대해선 금액의 22%를 원천 징수한다.

반면 빗썸 측은 “이벤트로 지급한 가상자산과 수수료 캐시백은 일종의 사은품 또는 매출에누리에 해당해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빗썸 측이 지급한 이벤트 보상의 성격을 무엇으로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품(과세당국 입장)으로 볼 것인지, 사은품(빗썸 입장)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증권사들이 계좌 개설 이벤트로 지급하는 주식은 경품(기타소득)에 해당해 세금을 원천 징수한다.

빗썸 측은 이번 이벤트 보상이 ‘백화점 이벤트 상품권’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가령 백화점에서 100만원 이상 구입 시 지급하는 10만원 상품권은 사은품으로 분류돼 과세하지 않는다.

빗썸은 국세청 과세 처분에 조세심판청구를 통해 조세 불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최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빗썸은 이날 “이벤트 참여자의 과세금액 전체를 회사 측이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