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신세였던 ESS…美 신재생 훈풍 타고 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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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 성장 폭발
韓 배터리업체 '아픈 손가락'
풍력·태양광서 생산한 전기 저장
7년전 점유율 70%서 10% 이하로
글로벌 수요 늘어 '새 먹거리'
태양광·배터리 가격 하락 주문↑
LG엔솔, 전기차 라인 ESS 전환
2030년 글로벌 시장 273조 전망
韓 배터리업체 '아픈 손가락'
풍력·태양광서 생산한 전기 저장
7년전 점유율 70%서 10% 이하로
글로벌 수요 늘어 '새 먹거리'
태양광·배터리 가격 하락 주문↑
LG엔솔, 전기차 라인 ESS 전환
2030년 글로벌 시장 273조 전망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10여 년 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고 앞다퉈 투자를 늘렸지만, 잇따른 화재사고 여파로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2017년 글로벌 ESS 시장의 70%를 나눠 가진 두 회사는 이후 ESS 사업을 ‘뒷전’으로 미뤘고, 그 빈자리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빠르게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계륵’ 같은 ESS 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한 건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다. ESS와 한 묶음인 태양광 패널 가격이 뚝 떨어진 데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도 하락한 덕분이다. 그동안 올인했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도 한몫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치비가 뚝 떨어져서다. 태양광 설치 붐이 일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거용 태양광 패널·ESS 설치 비용(5㎾ 기준)은 평균 2만2500달러로 1년 전보다 20~30% 떨어졌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W당 10센트까지 떨어진 데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가격도 15%나 하락해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설치비용의 30%인 6750달러가량을 환급받을 수 있다. 5㎾ 설비로 연간 2000달러 상당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7~8년이면 설치비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용 태양광 단지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ESS 수요에 불을 붙였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들어선 미국 최대 태양광 단지(태양광 모듈 200만 개)에는 12만 개가 넘는 ESS 배터리가 투입됐다. 미국 데이터리서치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680억달러(약 93조원)였던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30년 2000억달러(약 273조원)로 커진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삼원계 대신 LFP ESS로 ‘맞불’을 놓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LFP ESS 개발을 가장 먼저 완료한 LG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은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수주 문의도 늘고 있다. LG는 미국에서 가정용 태양광 패키지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큐셀 물량을 수주한 데 이어 미국 유럽 일본 등 4~5개 기업과도 수주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량을 맞추기 위해 미국 공장의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ESS라인으로 전환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연산 17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장 완공(2026년 목표)을 기다렸다간 손님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SS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만큼 생산라인을 더 갖춰야 한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LG는 가정용 ESS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등 5개가 넘는 ESS 관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LFP ESS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2026년부터 생산할 LFP 배터리에서 전기차 비중을 줄이고 ESS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FP 배터리 양산도 전기차에 앞서 ESS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SK온은 2026년 LFP ESS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ESS LFP 전용 공장 설립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ESS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
국내 배터리 3사가 ‘계륵’ 같은 ESS 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한 건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다. ESS와 한 묶음인 태양광 패널 가격이 뚝 떨어진 데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도 하락한 덕분이다. 그동안 올인했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도 한몫했다.
○폭발하는 ESS 시장
ESS 수요는 신재생에너지 설치량과 같은 방향으로 간다. 필요할 때마다 석유와 석탄을 투입해 전기를 생산하는 화석발전과 달리 날씨에 따라 전기생산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과 풍력발전에선 ESS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불고 있는 ‘ESS 호황’은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태양광 설치 열풍 덕분이다. 작년 1분기 1781㎿h였던 미국 ESS 설치량은 4분기 1만2351㎿h로 여덟 배 가까이 뛰었다.이유는 간단하다. 설치비가 뚝 떨어져서다. 태양광 설치 붐이 일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거용 태양광 패널·ESS 설치 비용(5㎾ 기준)은 평균 2만2500달러로 1년 전보다 20~30% 떨어졌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W당 10센트까지 떨어진 데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가격도 15%나 하락해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설치비용의 30%인 6750달러가량을 환급받을 수 있다. 5㎾ 설비로 연간 2000달러 상당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7~8년이면 설치비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용 태양광 단지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ESS 수요에 불을 붙였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들어선 미국 최대 태양광 단지(태양광 모듈 200만 개)에는 12만 개가 넘는 ESS 배터리가 투입됐다. 미국 데이터리서치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680억달러(약 93조원)였던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30년 2000억달러(약 273조원)로 커진다.
○ESS에 힘주는 배터리 3사
현시점에서 ESS 시장은 완벽한 ‘중국 세상’이다. 한국이 잘하는 삼원계(NCA 또는 NCM) 배터리보다 30~50%가량 싼 LFP 배터리를 앞세워 세계 시장의 90%를 손아귀에 넣었다. 높은 출력과 오랜 주행거리가 필요한 전기차와 달리 고정된 장소에 설치되는 ESS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국내 배터리 3사가 삼원계 대신 LFP ESS로 ‘맞불’을 놓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LFP ESS 개발을 가장 먼저 완료한 LG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은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수주 문의도 늘고 있다. LG는 미국에서 가정용 태양광 패키지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큐셀 물량을 수주한 데 이어 미국 유럽 일본 등 4~5개 기업과도 수주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량을 맞추기 위해 미국 공장의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ESS라인으로 전환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연산 17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장 완공(2026년 목표)을 기다렸다간 손님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I 역시 LFP ESS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2026년부터 생산할 LFP 배터리에서 전기차 비중을 줄이고 ESS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FP 배터리 양산도 전기차에 앞서 ESS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SK온은 2026년 LFP ESS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ESS LFP 전용 공장 설립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ESS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