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10일 전국 대학병원 50곳에서 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부분 정상 진료가 이뤄져 큰 혼란은 없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임형택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10일 전국 대학병원 50곳에서 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부분 정상 진료가 이뤄져 큰 혼란은 없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임형택 기자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로 지난달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특위)가 10일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던진 ‘화두’는 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이다. 의료특위는 한국 의료체계의 정점에 있는 대학병원 등 47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수술 등 필수의료에 전념할수록 더 많이 보상받고, 수련생인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어야만 필수·지역의료가 살아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의원>병원 수가’ 왜곡 개선

대형병원, 중증치료 집중할수록 보상 더 받는다
이날 의료특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의료특위는 지난달 25일 1차 회의에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 공급·이용 체계 정상화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의료특위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핵심으로 한 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을 이들 4대 과제를 결합한 최우선 융합 과제로 정했다. 노연홍 의료특위 위원장은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개혁과제가 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이라는 데 위원 간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특위 위원은 본래 존재 목적과 달리 경증·중등증 이하 환자 진료에 매몰된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료특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되기 전 47개 상급종합병원 전체 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 비율은 52.8%로 절반을 약간 넘었다. 중증 환자 비율이 39.8%에 불과한 병원도 있었다. 소속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39.8%에 달했고, 어떤 병원은 이 비율이 63.7%였다. 병상은 평균 1056개에 이를 정도로 대형화됐다.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보다 비중증 환자 진료를 늘려 수익을 내고, 수련생 신분으로 인건비가 싼 전공의를 입원 환자 관리에 투입해 늘어난 진료량을 감당하는 왜곡된 구조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의료특위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진료에 집중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상 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일단 의료특위는 수가가 올라야 할 항목을 구체화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은 수가 개선 계획에 우선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같은 진료인데 개원의가 주축인 의원급의 최종 수가가 병원급보다 높은 ‘수가 역전 현상’도 시정한다.

의료특위는 중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현재 대비 절반인 20%로 낮추고, 빈자리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채우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중증 질환의 진료·연구·교육에 집중하는 바람직한 운영 모델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근로시간 60시간으로 단축

의료특위는 이날 전공의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수련의 질을 높이는 처우 개선 방안도 의논했다. 의료특위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에서 도제식으로 수련받는 현행 구조에서 벗어나 수련 기간 4~5년 중 지역종합병원과 의원에서 골고루 수련할 수 있는 ‘네트워크 수련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진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 경험을 쌓고, 지역 필수의료 현장에서 경력을 다져 지역으로 인력 유입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노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전공의 업무 환경을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위원이 뜻을 모았다”며 “위원들은 주당 총근로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