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요즘 것들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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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요즘 MZ세대들은 말이야.”, “요즘 꼰대들은 말이야” 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의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 서점에 갈 때마다 젊은이들이 가득한 걸 본다. 책을 고르고 몇 권씩 사는 이들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다. 봉투에 책을 잔뜩 담아 지하철을 내려오는 어르신을 뵈면 존경스럽고 감사한 느낌이다. 지하철 구석에 서서 책을 읽는 젊은이를 보면 자리를 양보한다. 싫다고 사양을 해도, 곧 내릴 것처럼 일어나 자리에 앉히면서 생각한다.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빌딩문을 열고 들어가는 앞의 젊은이가 문을 잡아주고 기다리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저런 친절은 어디서 배웠을까?" 어른이나 아이나, 젊은이나 늙은이나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점'을 통칭해 비난하거나 싸잡아 헐뜯는 것은 옳지 않다.
"부자들 눈뜨면 신문부터 펼쳐, 슈퍼리치 독서량 일반인 3배" (매일경제신문, 2024.4.25) "워런 버핏,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하루에 5, 6개의 신문을 샅샅이 훑으며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을 알려면 신문부터 읽어라'고 조언" (동아일보, 2024.4.27) 위 기사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신입사원 면접을 보며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한 여대생이 거의 모든 질문에 한 번도 막힘 없이 답변을 잘했다. 특별한 습관이 있는지 물었더니 날마다 종이신문 두 개를 밑줄 쳐 가며 읽는다고 했다. 역시 달랐다.
SNS 사회, 인공지능과 챗GPT가 판을 치는 시대, 유투브만 보고 카톡으로 대화하는 시대에 무슨 종이신문을 읽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책을 읽는 젊은이들이 있다. 넘어질까 염려돼 옆에서 따라가기도 했다.
종이신문을 읽거나 밑줄 쳐 가며 책을 읽는 사람의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단어와 문장이 다르다. 입에서 나오는 어휘의 품질이 다르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보고서를 쓰는 자세가 다르다. 막힘이 없고 질문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거나 스마트 폰만 보는 사람은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단어가 별로 없고, 입에서 나오는 어휘에 깊이가 없다. 뭐든지 묻기만 하고 검색만 한다.
부모가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면 아이들도 따라 한다. 하루 종일 TV를 켜 놓고 유투브만 보는 가족들의 공통점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따라 하고, 남의 지식만 검색하니, 자기 생각이나 사상이 있을 리가 없다. 생각의 시대에 생각을 귀찮아 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주말에 외신(뉴욕타임즈와 파이낸셜타임즈)을 사러 갔는데, 다 팔리고 없을 때는 서운하다. 스마트 폰에는 영국 BBC, 미국 CNN, 중동의 Al Jazeera 등 여러 외신 앱을 깔아 놓고 수시로 글로벌 뉴스를 살핀다. 매주 열 개 이상의 외신을 사서 읽는데, 다 읽을 수는 없어 주로 칼럼을 골라 읽는다.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신문과 책을 읽지 않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 김포공항과 제주도 국제공항에 신문을 파는 가판대도 없고 서점도 없으며, 온갖 먹을 것과 사치품만 있는 걸 보면서 한국의 미래는 기대하지 않는다.
국민이 지혜롭고 똑똑한 게 두려워 책을 태워버린 괴벨스나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와 다를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독서주간'이 정해져 있는 게 창피한 줄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번역을 하고 통역을 하니 영어공부가 필요하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는 교수들도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일주일에 두세 번 서점에 갈 때마다 젊은이들이 가득한 걸 본다. 책을 고르고 몇 권씩 사는 이들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다. 봉투에 책을 잔뜩 담아 지하철을 내려오는 어르신을 뵈면 존경스럽고 감사한 느낌이다. 지하철 구석에 서서 책을 읽는 젊은이를 보면 자리를 양보한다. 싫다고 사양을 해도, 곧 내릴 것처럼 일어나 자리에 앉히면서 생각한다.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빌딩문을 열고 들어가는 앞의 젊은이가 문을 잡아주고 기다리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저런 친절은 어디서 배웠을까?" 어른이나 아이나, 젊은이나 늙은이나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점'을 통칭해 비난하거나 싸잡아 헐뜯는 것은 옳지 않다.
"부자들 눈뜨면 신문부터 펼쳐, 슈퍼리치 독서량 일반인 3배" (매일경제신문, 2024.4.25) "워런 버핏,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하루에 5, 6개의 신문을 샅샅이 훑으며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을 알려면 신문부터 읽어라'고 조언" (동아일보, 2024.4.27) 위 기사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신입사원 면접을 보며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한 여대생이 거의 모든 질문에 한 번도 막힘 없이 답변을 잘했다. 특별한 습관이 있는지 물었더니 날마다 종이신문 두 개를 밑줄 쳐 가며 읽는다고 했다. 역시 달랐다.
SNS 사회, 인공지능과 챗GPT가 판을 치는 시대, 유투브만 보고 카톡으로 대화하는 시대에 무슨 종이신문을 읽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책을 읽는 젊은이들이 있다. 넘어질까 염려돼 옆에서 따라가기도 했다.
종이신문을 읽거나 밑줄 쳐 가며 책을 읽는 사람의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단어와 문장이 다르다. 입에서 나오는 어휘의 품질이 다르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보고서를 쓰는 자세가 다르다. 막힘이 없고 질문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거나 스마트 폰만 보는 사람은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단어가 별로 없고, 입에서 나오는 어휘에 깊이가 없다. 뭐든지 묻기만 하고 검색만 한다.
부모가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면 아이들도 따라 한다. 하루 종일 TV를 켜 놓고 유투브만 보는 가족들의 공통점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따라 하고, 남의 지식만 검색하니, 자기 생각이나 사상이 있을 리가 없다. 생각의 시대에 생각을 귀찮아 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주말에 외신(뉴욕타임즈와 파이낸셜타임즈)을 사러 갔는데, 다 팔리고 없을 때는 서운하다. 스마트 폰에는 영국 BBC, 미국 CNN, 중동의 Al Jazeera 등 여러 외신 앱을 깔아 놓고 수시로 글로벌 뉴스를 살핀다. 매주 열 개 이상의 외신을 사서 읽는데, 다 읽을 수는 없어 주로 칼럼을 골라 읽는다.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신문과 책을 읽지 않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 김포공항과 제주도 국제공항에 신문을 파는 가판대도 없고 서점도 없으며, 온갖 먹을 것과 사치품만 있는 걸 보면서 한국의 미래는 기대하지 않는다.
국민이 지혜롭고 똑똑한 게 두려워 책을 태워버린 괴벨스나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와 다를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독서주간'이 정해져 있는 게 창피한 줄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번역을 하고 통역을 하니 영어공부가 필요하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는 교수들도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