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휴 썼더니 부당전보?"...공공기관에서 아직도 이런 일이 [전민정의 출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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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일하는 40대 송 모씨.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지난해 말 15년간 근무하던 부서에서 쫓겨났습니다.
심지어 신규 발령 부서는 본인이 감시하던 피감시부서로,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카지노 영업장의 딜러로 일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송 모씨가 갑작스런 인사 발령 대상자가 된 시점이 공교로웠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일 경우 단축한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을 활용해 주당 24시간 일하던 때였습니다.
두달 여 전에는 육아휴직도 1년 다녀왔습니다.
송 모씨는 "감시부서에서 피감시부서로 발령이 나자 당장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며 "감시와 규정 절차 준수 요청 업무를 하던 그가 동료들은 불편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준 경우를 제외하곤 최근 8년간 감시부서에서 피감시부서로 전보된 사례가 없었기에, 부서 내에서 남자 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했다고 전했습니다.
동료들의 냉대와 부당한 대우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 송씨는 우울증이 악화돼 1년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질병 휴직을 신청하기에 이르렸습니다.
결국 송씨는 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서울지노위는 "전보가 일반적인 인사 관행이 아니며 업무상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전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인사 전보가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 '원직 복직' 시키라는 지노위의 판결에 따르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 대통령까지 "직장문화, 육아친화적으로" 공언했지만….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비상사태라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또 직장문화를 '육아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키우기 좋은 직장 문화' 만들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기업에선 송씨처럼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기존에 일하던 부서가 아닌 새로운 곳으로 발령 나거나 직급이 강등됐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앞장서서 보폭을 맞춰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출산·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하는 데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평가에 '일·가정 양립' 지표를 만들 정도로 공공기관 내에서 일·가정 양립 가치 확산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제도가 조직문화로 안착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겁니다.
● "육아휴직 썼다고 인사발령"…모성보호 위반 신고 줄이어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이 여전히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 '모성보호 익명 신고센터'를 설치했는데요.
이후 신고센터엔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하거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을 거부하는 등 모성보호제도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한 신고가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4월말 기준) 모두 441건이나 접수됐는데, 가장 많이 신고된 내용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리한 처우'였습니다.
육아휴직 후 승진누락과 부당 전보, 육아휴직 사용 방해나 승인거부, 출산휴가 사용 금지, 배우자 출산휴가 단축 사용 강요 행위까지 사업주의 부당 대우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요.
이때 승진, 승급 등에 있어서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육아휴직 뒤 합리적 이유 없이 휴직, 정직, 배치전환, 전근, 승급 정지, 감봉 등 경제적, 정신적, 생활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 모두 '불리한 처우'에 해당됩니다.
또 같은 법 제19조 제4항에서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사업주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근로자를 원래 자리로 복직시키거나 다른 업무에 배치하더라도 기존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임금이 같더라도 다른 업무에 배치할 땐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여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생활문화매니저(발탁 매니저)'로 근무하던 직원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매니저보다 낮은 직급인 '냉장냉동영업' 담당으로 발령낸 사례가 있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부당 전직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발탁 매니저와 영업담당 업무는 그 성격과 내용·범위, 그리고 권한·책임 등에 있어서 사회통념상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었던 거죠.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로 국가 존립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된 '육아휴직'조차 편히 쓰지 못하고 '직장 내 불이익'까지 당하는 현실은 아이러니하기만 하죠.
송씨처럼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혹은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신고를 하는 것 조차 주저하고 있습니다.
'육아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육아에 불친절한 사업장엔 '엄벌 처분'이 이뤄지도록 정부의 보다 과감한 결단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지난해 말 15년간 근무하던 부서에서 쫓겨났습니다.
심지어 신규 발령 부서는 본인이 감시하던 피감시부서로,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카지노 영업장의 딜러로 일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송 모씨가 갑작스런 인사 발령 대상자가 된 시점이 공교로웠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일 경우 단축한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을 활용해 주당 24시간 일하던 때였습니다.
두달 여 전에는 육아휴직도 1년 다녀왔습니다.
송 모씨는 "감시부서에서 피감시부서로 발령이 나자 당장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며 "감시와 규정 절차 준수 요청 업무를 하던 그가 동료들은 불편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준 경우를 제외하곤 최근 8년간 감시부서에서 피감시부서로 전보된 사례가 없었기에, 부서 내에서 남자 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했다고 전했습니다.
동료들의 냉대와 부당한 대우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 송씨는 우울증이 악화돼 1년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질병 휴직을 신청하기에 이르렸습니다.
결국 송씨는 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서울지노위는 "전보가 일반적인 인사 관행이 아니며 업무상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전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인사 전보가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 '원직 복직' 시키라는 지노위의 판결에 따르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 대통령까지 "직장문화, 육아친화적으로" 공언했지만….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비상사태라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또 직장문화를 '육아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키우기 좋은 직장 문화' 만들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기업에선 송씨처럼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기존에 일하던 부서가 아닌 새로운 곳으로 발령 나거나 직급이 강등됐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앞장서서 보폭을 맞춰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출산·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하는 데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평가에 '일·가정 양립' 지표를 만들 정도로 공공기관 내에서 일·가정 양립 가치 확산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제도가 조직문화로 안착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겁니다.
● "육아휴직 썼다고 인사발령"…모성보호 위반 신고 줄이어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이 여전히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 '모성보호 익명 신고센터'를 설치했는데요.
이후 신고센터엔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하거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을 거부하는 등 모성보호제도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한 신고가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4월말 기준) 모두 441건이나 접수됐는데, 가장 많이 신고된 내용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리한 처우'였습니다.
육아휴직 후 승진누락과 부당 전보, 육아휴직 사용 방해나 승인거부, 출산휴가 사용 금지, 배우자 출산휴가 단축 사용 강요 행위까지 사업주의 부당 대우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요.
이때 승진, 승급 등에 있어서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육아휴직 뒤 합리적 이유 없이 휴직, 정직, 배치전환, 전근, 승급 정지, 감봉 등 경제적, 정신적, 생활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 모두 '불리한 처우'에 해당됩니다.
또 같은 법 제19조 제4항에서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사업주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근로자를 원래 자리로 복직시키거나 다른 업무에 배치하더라도 기존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임금이 같더라도 다른 업무에 배치할 땐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여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생활문화매니저(발탁 매니저)'로 근무하던 직원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매니저보다 낮은 직급인 '냉장냉동영업' 담당으로 발령낸 사례가 있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부당 전직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발탁 매니저와 영업담당 업무는 그 성격과 내용·범위, 그리고 권한·책임 등에 있어서 사회통념상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었던 거죠.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로 국가 존립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된 '육아휴직'조차 편히 쓰지 못하고 '직장 내 불이익'까지 당하는 현실은 아이러니하기만 하죠.
송씨처럼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혹은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신고를 하는 것 조차 주저하고 있습니다.
'육아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육아에 불친절한 사업장엔 '엄벌 처분'이 이뤄지도록 정부의 보다 과감한 결단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