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은 중국의 전기차 및 태양광 전지 등에서의 무서운 공세와 11월 미국 대선용 공약 경쟁이 합쳐진 결과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항해 표심을 결집할 강력한 경제 공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과거 태양광 산업처럼 중국의 공세에 위축되기 전에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도 작용했다. 중국도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중국판 ‘슈퍼 301조’를 만드는 등 보복에 나섰다.

바이든, 경합주 표심 공략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슈퍼 301조’ 등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3000억 달러 규모 관세를 연장할지를 검토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관세는 유지하고, 여기에 전기차를 비롯해 △핵심 광물 △태양광 전지 △배터리 등 핵심 전략 분야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선 이미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직간접적으로 예고해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산 태양광 패널·전기차 저가 생산 문제를 언급했다. 중국이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저가의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한 경합주에서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번 대중 관세 인상 조치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초강수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하는 자동차 생산라인 노동자가 늘면서 중국산 전기차를 압박하며 이들의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필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USTR은 지난달 해양·물류·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중국 “보복 나설 것”


중국은 미국이 전기차 등 수출품에 대해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에 대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무역법 301조를 남용해서 관세 인상을 계획하는 것은 미국의 잘못을 두배로 늘리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모든 추가 관세를 해제하고,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중국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한 나라의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새 관세법 ‘중국판 슈퍼 301조’ 통과시켰다. 2024년 12월부터 가동되는 새 관세법은 제17조에선 중국과 특혜무역 협정(PTA)을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이 큰 부문은 식량과 에너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두 보복 관세를 통해서 미국 농가에 타격을 주는 방법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 긴장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차가 압박받는 동안 한국 완성차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해 부품 등 다른 분야로 관세 전쟁이 확전되면 한국 업체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이 매우 복잡해 미국의 대중 관세가 어떻게 확대되는지에 따라 우리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부품 등에도 관세 인상이 이뤄지면 한국산 전기차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부품에서 중국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전기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욱 전 한국모빌리티학회장(서울여자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미국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강해지는 시기를 기회로 시장 주도권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