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銀 '피벗' 시작됐다…한은은 언제 추진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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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스웨덴·체코 등
유럽 중앙銀 '피벗' 시작
ECB도 "내달 인하" 시사
Fed는 양적 긴축 축소
한은 매파적 입장 고수
금리 인하 움직임 안보여
유럽 중앙銀 '피벗' 시작
ECB도 "내달 인하" 시사
Fed는 양적 긴축 축소
한은 매파적 입장 고수
금리 인하 움직임 안보여
한 나라의 주식시장은 ‘머큐리(me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매크로 면에서는 성장률, 마이크로 면에서는 기업 실적과 같은 머큐리 요인이 주로 주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마스 요인, 즉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는 피벗(pivot) 추진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역시 선진국 중앙은행이 피벗을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도한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된 작년 7월 이후 선진국의 피벗 추진 기대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 피벗 레이스에서 스타트를 끊은 것은 유럽 중앙은행들이다. 지난 3월 이후 스위스 헝가리 체코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의 금리 인하가 이어졌다. 조만간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동참할 조짐이다.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는 펀더멘털 요인과 선순환 작용을 일으키면서 유럽 증시가 국가별로 사상 최고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관심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낙인효과’를 지닌 ECB와 BOE는 어느 중앙은행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2012년 Fed가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변경했을 때 따라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통화량 조절’보다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고수한다. 또 이 방식이 효과를 내는 데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처럼 여긴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ECB와 BOE가 추정하는 기준금리 시차는 1년 내외다. 1년 전 기준 금리를 조정했다면 그 효과가 지금쯤 나타나 물가가 목표치에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이달 들어 발표되는 유로존과 영국의 물가지표를 보면 목표선인 2%에 1%포인트 이내로 접근하는 등 안정되고 있다. 라스트 마일 부주의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기준금리 시차를 고려하면 “다음달부터 금리 인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신흥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피벗을 추진하면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Fed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해야 한다. 통화정책상에서는 이례적인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현상이 나올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Fed만이 가진 고충을 살펴봐야 한다.
1913년 설립 이후 Fed의 통화정책에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사건은 1981년 발생한 2차 오일쇼크다. 당시 경기 침체 아래 물가가 오르는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그때까지 주수단이던 통화량 조절 방식이 한계를 보였다. 오랜 고민 끝에 폴 볼커 Fed 의장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
문제는 그 이후 경기순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순응성(procyclicality)’과 ‘단축화(shortening)’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Fed는 40년 이상 기준금리 변경 방식과 이를 뒷받침한 예측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변경도 그때그때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생명인 선제성을 잃어버렸다.
고민 끝에 지난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금보다 앞으로 더 큰 의미가 있을 만한 변화를 모색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7월 FOMC 회의 이후 9개월 연속 동결했지만, 월별 양적 긴축(QT) 규모를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축소했다. 감축액만큼 시중에서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Fed의 통화정책에서 월별 QT 규모 감축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주택저당증권(MBS)을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한 조치다. Fed는 그동안 금리를 인상하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MBS를 전량 회수했다. 하지만 앞으로 350억달러 이상의 만기 상환분을 국채에 재투자하면 시장금리가 안정돼 기준금리 인하 이상의 피벗 효과를 누릴 수 있다.
5월 FOMC 회의를 계기로 Fed의 통화정책 주수단이 ‘기준금리 변경’에서 ‘통화량 조절’로 바뀐 것인지는 주류경제학의 위상 변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와 연관된 만큼 쉽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올해 8월에 있을 잭슨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케인지언과 통화론자 간에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선진국 중앙은행 중에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일본은행(BOJ)을 제외하고 한국은행이 가장 ‘매파적’이다. Fed보다 10개월 앞서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은 최근까지 피벗을 추진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물가가 불안한 것인가? 아니면 경기가 좋은 것인가?”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물론 답은 “둘 다 아니다(no)”.
올해 들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역시 선진국 중앙은행이 피벗을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도한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된 작년 7월 이후 선진국의 피벗 추진 기대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 피벗 레이스에서 스타트를 끊은 것은 유럽 중앙은행들이다. 지난 3월 이후 스위스 헝가리 체코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의 금리 인하가 이어졌다. 조만간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동참할 조짐이다.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는 펀더멘털 요인과 선순환 작용을 일으키면서 유럽 증시가 국가별로 사상 최고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관심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낙인효과’를 지닌 ECB와 BOE는 어느 중앙은행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2012년 Fed가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변경했을 때 따라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통화량 조절’보다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고수한다. 또 이 방식이 효과를 내는 데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처럼 여긴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ECB와 BOE가 추정하는 기준금리 시차는 1년 내외다. 1년 전 기준 금리를 조정했다면 그 효과가 지금쯤 나타나 물가가 목표치에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이달 들어 발표되는 유로존과 영국의 물가지표를 보면 목표선인 2%에 1%포인트 이내로 접근하는 등 안정되고 있다. 라스트 마일 부주의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기준금리 시차를 고려하면 “다음달부터 금리 인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신흥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피벗을 추진하면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Fed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해야 한다. 통화정책상에서는 이례적인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현상이 나올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Fed만이 가진 고충을 살펴봐야 한다.
1913년 설립 이후 Fed의 통화정책에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사건은 1981년 발생한 2차 오일쇼크다. 당시 경기 침체 아래 물가가 오르는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그때까지 주수단이던 통화량 조절 방식이 한계를 보였다. 오랜 고민 끝에 폴 볼커 Fed 의장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
문제는 그 이후 경기순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순응성(procyclicality)’과 ‘단축화(shortening)’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Fed는 40년 이상 기준금리 변경 방식과 이를 뒷받침한 예측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변경도 그때그때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생명인 선제성을 잃어버렸다.
고민 끝에 지난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금보다 앞으로 더 큰 의미가 있을 만한 변화를 모색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7월 FOMC 회의 이후 9개월 연속 동결했지만, 월별 양적 긴축(QT) 규모를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축소했다. 감축액만큼 시중에서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Fed의 통화정책에서 월별 QT 규모 감축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주택저당증권(MBS)을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한 조치다. Fed는 그동안 금리를 인상하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MBS를 전량 회수했다. 하지만 앞으로 350억달러 이상의 만기 상환분을 국채에 재투자하면 시장금리가 안정돼 기준금리 인하 이상의 피벗 효과를 누릴 수 있다.
5월 FOMC 회의를 계기로 Fed의 통화정책 주수단이 ‘기준금리 변경’에서 ‘통화량 조절’로 바뀐 것인지는 주류경제학의 위상 변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와 연관된 만큼 쉽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올해 8월에 있을 잭슨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케인지언과 통화론자 간에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선진국 중앙은행 중에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일본은행(BOJ)을 제외하고 한국은행이 가장 ‘매파적’이다. Fed보다 10개월 앞서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은 최근까지 피벗을 추진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물가가 불안한 것인가? 아니면 경기가 좋은 것인가?”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물론 답은 “둘 다 아니다(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