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부터 1996년까지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43만 가구다. 상계·중계·하계(노원구), 창동(도봉구), 가양·등촌(강서구), 수서(강남구) 같은 택지지구 개발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공급 규모(3만2759가구)의 2.5배인 8만 가구가 매년 들어섰다. 그때 지어진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30년)이 돌아오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가구 수가 많아 재건축으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기회다. 하지만 층수는 15~24층, 용적률은 200%를 훌쩍 웃도는 ‘과밀아파트’라는 게 문제다. 1990년대 주거지 용적률 상한선은 400%에 달했다.

서울시가 2003년 주거지를 1종(단독·빌라)과 2종(중층 아파트), 3종(고층 아파트)으로 세분화하면서 재건축 후 용적률을 대폭 낮췄다. 3종 주거지의 용적률 상한선은 300%로 떨어졌다. 또 용적률 최소치를 기준용적률(210%), 각종 인센티브를 충족한 허용용적률(230%), 건축물·토지·현금 기부채납 인센티브를 받은 상한용적률(250%)로 정했다. 여기에 임대주택을 지어 서울에 공급하면 법적상한용적률(300%)까지 올릴 수 있게 했다. 별다른 규제 없이도 400%를 채울 수 있었던 1990년대와 달리 서울시가 요구하는 규제 항목과 기부채납, 임대주택을 지어야 용적률 300%를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90년대 아파트 재건축이 거의 불가능해진 이유다.

서울시가 지난 2월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 지원 방안’은 이 같은 과밀아파트도 재건축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대책이다. 과밀아파트는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용적률이 조례상 허용용적률(230%)을 넘는 단지다. 서울의 149개 단지, 총 8만7000가구가 해당한다. 서울시는 조례상 허용용적률(3종 주거지 230%)을 초과해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 현황용적률(건축물대장에 기재된 용적률)을 허용용적률로 인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현황용적률이 265%인 아파트는 재건축 때 용적률 상한선인 300%까지 채우려면 25%포인트를 임대주택으로 지어 서울시에 소유권을 넘겨야 했다. 분양에 쓸 수 있는 용적률은 275%로 기존에서 고작 10%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다. 기부채납으로 떼이는 토지까지 고려하면 ‘1 대 1 재건축’도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앞으론 용적률이 265%인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현황용적률을 허용용적률로 인정하면 임대주택에 투입하는 용적률이 7.5%포인트로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