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인 라파 동부 지역에 추가 대피령을 내리며 확전 우려가 커졌다. 국제사회는 라파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 진격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후 은신처인 라파 동부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하이 아드라이 중령은 SNS를 통해 라파 동부의 다른 지역에 추가로 대피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아드라이 대변인은 “이 지역에서 지난 몇 주간 하마스의 테러 활동과 은신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추가 대피령이 내려진 곳은 라파 동부의 샤부라 난민촌과 제니나, 키르베트 알-아다스 인근 지역으로 인구 밀집 지역이자 병원과 난민 캠프 두 곳이 포함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피 명령은 이스라엘군의 인구 밀집 지역 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 라파 동부 지역에 처음으로 대피령을 내린 뒤 공습을 단행했다.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은 물론이고 인질도 있기 때문에 이곳을 공격하지 않고는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피란민 약 140만명이 몰린 라파에서 시가전을 본격화하면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다. 전쟁 이후 줄곧 이스라엘을 지원해오던 미국도 최근 견해를 바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규모 공격에 나서면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WP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을 막기 위해 하마스 지도자의 위치, 숨겨진 군사시설 등 민감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하마스 지휘부를 겨냥한 표적 공격을 유도함으로써 민간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