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월급 두 배 많다…한국행은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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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최저임금의 역습
亞 신흥국 출신 근로자들
"韓은 가장 일하고 싶은 곳"
한국 최저임금, 일본 앞질러
지방 농축산업은 격차 더 커
"업종별 차등적용 검토할 때"
亞 신흥국 출신 근로자들
"韓은 가장 일하고 싶은 곳"
한국 최저임금, 일본 앞질러
지방 농축산업은 격차 더 커
"업종별 차등적용 검토할 때"
“일본 농가에서 일하는 오빠조차 일본에 오지 말고 한국으로 가래요. 한국이 일본보다 2~3배 더 벌 수 있다면서요.”
이달 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국어전문학교에서 만난 임리리 씨(가명·20)의 꿈은 일본 취업이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익힌 데다 오빠가 일본에서 일하고 있어서다. 목표를 한국으로 바꾼 계기는 가족의 만류였다. 일본에서 일하는 오빠의 월수입은 700달러인데 한국의 농가에서 일한 삼촌은 한국에 가면 월 150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했다.
임씨 사례와 같이 아시아 신흥국 출신 근로자가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나라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급여가 일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캄보디아에서 제조업과 건설업, 농축산업, 조선업 등 4개 업종에 한해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데 모두 일본보다 급여가 세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2022년 엔화로 환산한 한국 제조·건설·농축산업의 외국인 근로자 월급은 평균 27만1000엔(2022년 평균 환율 기준 275만원)이었다. 21만2000엔(약 215만원)인 일본보다 6만엔(약 60만원)가량 많다. 올해 캄보디아 고졸 생산직 초임(약 30만원)의 두 배 가까운 차이다.
두 나라 모두 법률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자국의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최저임금이 이들의 급여 수준을 좌우하는 셈인데 지난해 한·일 최저임금은 처음 역전됐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한 일본 평균 1004엔(약 8829원)보다 1000원 이상 높다.
한·일 양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농축산 농가와 다음달부터 외국인 근로자에게 문을 여는 외식·숙박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의 승리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최저임금 차등화가 불가능해 생산성이 훨씬 높은 제조·건설업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보장하다 보니 사람을 쓸수록 수익이 떨어지는 탓이다. 일본은 최저임금 차등제를 활용해 제조업의 임금을 농수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10~20% 높게 유지한다. 제조업도 철강, 자동차 등 세부 업종별로 차등화해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라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포함해 신중한 대안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업종·지역 안따지고 최저임금 같은 韓…최대 수혜자는 外人근로자?
“기회만 된다면 당연히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지난 3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캄보디아 고용허가제(EPS)센터 주변에서 만난 행 피사이(38)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국에 가는 시험(비전문 외국인 인력 비자 ‘E-9’ 취득 시험)에 몇 차례 떨어진 데다 곧 연령제한(만 39세)에 걸리게 돼 한국행을 포기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비자 인력 시험이 없는 일본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이는 같은 지역이라도 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업종과의 임금 차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한편 지역 주력 산업 종사자의 대도시 유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일본 오이타현의 올해 최저임금은 899엔(약 7903원)이다.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36위다. 같은 오이타현이지만 철강업체 근로자는 1053엔(약 9257원)의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광역 지자체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야마구치현은 최저임금이 928엔이지만 비철금속 정련·정제업 종사자는 1064엔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감안하면 도쿄도(1113엔·약 9788원)에 뒤지지 않는 액수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압도적으로 높다. 대만의 최저임금은 약 7701원(183대만달러)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각각 약 1660원(5.77링깃)과 1523~1708원(41.25~46.25밧)이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국어전문학교에서 만난 오운 라이소운(35)은 “SNS에서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화제”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제조·건설·농축산업 가운데 농축산업의 인기가 특히 높다. 최저임금은 같지만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별다른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축산업에서 한·일 급여차가 3배에 달한다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한국의 최저 시급(9860원)으로 하루 8시간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249만3788원을 받는다. 현재 환율로 1824달러다. 반면 일본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이와테현에서는 월 18만7891엔(약 1206달러)을 받는다.
임금은 3배까지 차이 나지 않지만 숨은 비용에서 간격이 벌어진다.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를 고용주가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월 30만원 정도인 임차료와 공과금을 근로자에게 부담시킨다. 34년 만에 최저인 엔화 가치까지 반영하면 일본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700달러로 쪼그라든다는 설명이다.
올해 한국 취업이 확정된 캄보디아인 A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형은 연장근무를 해서 한 달에 2500달러 이상을 벌 때도 있다”며 “한국행 E-9 비자를 ‘로또’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2022년 감사원은 전체 산업에서 2034년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역전이 발생하고 2035년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국인 근로자를 더 많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외국인 근로자 제도가 확대될수록 업종별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국은 법률로 국적과 지역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지만 업종별 최저임금은 도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은 최저임금에서 예외를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놈펜=곽용희 기자/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이달 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국어전문학교에서 만난 임리리 씨(가명·20)의 꿈은 일본 취업이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익힌 데다 오빠가 일본에서 일하고 있어서다. 목표를 한국으로 바꾼 계기는 가족의 만류였다. 일본에서 일하는 오빠의 월수입은 700달러인데 한국의 농가에서 일한 삼촌은 한국에 가면 월 150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했다.
임씨 사례와 같이 아시아 신흥국 출신 근로자가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나라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급여가 일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캄보디아에서 제조업과 건설업, 농축산업, 조선업 등 4개 업종에 한해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데 모두 일본보다 급여가 세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2022년 엔화로 환산한 한국 제조·건설·농축산업의 외국인 근로자 월급은 평균 27만1000엔(2022년 평균 환율 기준 275만원)이었다. 21만2000엔(약 215만원)인 일본보다 6만엔(약 60만원)가량 많다. 올해 캄보디아 고졸 생산직 초임(약 30만원)의 두 배 가까운 차이다.
두 나라 모두 법률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자국의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최저임금이 이들의 급여 수준을 좌우하는 셈인데 지난해 한·일 최저임금은 처음 역전됐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한 일본 평균 1004엔(약 8829원)보다 1000원 이상 높다.
한·일 양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농축산 농가와 다음달부터 외국인 근로자에게 문을 여는 외식·숙박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의 승리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최저임금 차등화가 불가능해 생산성이 훨씬 높은 제조·건설업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보장하다 보니 사람을 쓸수록 수익이 떨어지는 탓이다. 일본은 최저임금 차등제를 활용해 제조업의 임금을 농수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10~20% 높게 유지한다. 제조업도 철강, 자동차 등 세부 업종별로 차등화해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라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포함해 신중한 대안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업종·지역 안따지고 최저임금 같은 韓…최대 수혜자는 外人근로자?
SNS선 韓 최저임금이 화제
“기회만 된다면 당연히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지난 3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캄보디아 고용허가제(EPS)센터 주변에서 만난 행 피사이(38)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국에 가는 시험(비전문 외국인 인력 비자 ‘E-9’ 취득 시험)에 몇 차례 떨어진 데다 곧 연령제한(만 39세)에 걸리게 돼 한국행을 포기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비자 인력 시험이 없는 일본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쟁국보다 높은 외국인 임금
우리나라는 지역과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860원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일본의 평균 최저임금 1004엔(약 8829원)보다 1031원 높다. 주휴수당(주 40시간 근무 가정)을 감안한 최저임금은 1만1932원으로 일본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도보다 2000원 이상 높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 끌어올린 결과다.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이는 같은 지역이라도 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업종과의 임금 차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한편 지역 주력 산업 종사자의 대도시 유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일본 오이타현의 올해 최저임금은 899엔(약 7903원)이다.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36위다. 같은 오이타현이지만 철강업체 근로자는 1053엔(약 9257원)의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광역 지자체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야마구치현은 최저임금이 928엔이지만 비철금속 정련·정제업 종사자는 1064엔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감안하면 도쿄도(1113엔·약 9788원)에 뒤지지 않는 액수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압도적으로 높다. 대만의 최저임금은 약 7701원(183대만달러)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각각 약 1660원(5.77링깃)과 1523~1708원(41.25~46.25밧)이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국어전문학교에서 만난 오운 라이소운(35)은 “SNS에서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화제”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제조·건설·농축산업 가운데 농축산업의 인기가 특히 높다. 최저임금은 같지만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별다른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축산업에서 한·일 급여차가 3배에 달한다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한국의 최저 시급(9860원)으로 하루 8시간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249만3788원을 받는다. 현재 환율로 1824달러다. 반면 일본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이와테현에서는 월 18만7891엔(약 1206달러)을 받는다.
임금은 3배까지 차이 나지 않지만 숨은 비용에서 간격이 벌어진다.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를 고용주가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월 30만원 정도인 임차료와 공과금을 근로자에게 부담시킨다. 34년 만에 최저인 엔화 가치까지 반영하면 일본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700달러로 쪼그라든다는 설명이다.
올해 한국 취업이 확정된 캄보디아인 A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형은 연장근무를 해서 한 달에 2500달러 이상을 벌 때도 있다”며 “한국행 E-9 비자를 ‘로또’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커지는 최저임금 차등화 목소리
오는 6월부터는 호텔 청소 업무와 한식당 주방보조 등 일부 서비스 업종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캄보디아 현지에 있는 한국 공공기관 관계자는 “캄보디아인들도 한국 서비스업의 인력 쿼터가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2022년 감사원은 전체 산업에서 2034년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역전이 발생하고 2035년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국인 근로자를 더 많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외국인 근로자 제도가 확대될수록 업종별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국은 법률로 국적과 지역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지만 업종별 최저임금은 도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은 최저임금에서 예외를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놈펜=곽용희 기자/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