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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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을 확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참석 위원 23명 중 19명이 의대 2000명 증원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7명의 정부 측 위원을 제외하더라도 수요자와 공급자, 전문가 등 4명 중 3명이 의대 증원에 찬성한 셈이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거수기 위원회"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보정심 위원 4명의 반대에도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논쟁거리는 지난 2월 6일 심의에서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결정한 보정심 회의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법정 위원회다. 환자단체·소비자·노동자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 대표,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 등이 참여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참석 위원 23명 중 19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했다. 7명의 정부 위원과 결석 위원을 감안해도 16명의 민간 위원 중 12명이 찬성한 셈이다.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이 경우에도 "증원 규모는 1000명 이하가 적당하다"는 것으로 증원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오히려 2000명 이상의 증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필수의료 등 의료공백 있는 모든 분야에 필요한 의사 맞추려면 2000명 증원도 적고 최소 3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3000명 증원 필요하다 2000명 증원하고 수급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조정하자는 의견, 증원이 너무 늦어 최소 2000명 이상 늘어나야 부족한 부분이 해소되고, 교육 질도 예과 기간을 고려할 때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의대 증원이 늘어나야 글로벌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산업의 창출 가능성도 열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당일 20명이 넘는 위원이 참석한 회의가 1시간으로 너무 짧게 끝났고,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이란 숫자를 확인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