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정치 여론조사 20년 흑역사 언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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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오차범위 밖 결과 21% 달해
특정 지지층 과표집·업체 편향성
선거 때마다 왜곡 논란 불러
응답률 하한선·업체 품질등급 필요
질문 꼼꼼히 살피고 응답률 높은
MMS 제한 풀어 적극 활용을
홍영식 논설위원
특정 지지층 과표집·업체 편향성
선거 때마다 왜곡 논란 불러
응답률 하한선·업체 품질등급 필요
질문 꼼꼼히 살피고 응답률 높은
MMS 제한 풀어 적극 활용을
홍영식 논설위원
‘여론조사 투영효과’라는 말이 있다. 확고한 지지 후보가 없을 땐 사표(死票) 방지 심리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밴드왜건 효과’와 맥이 닿는다. ‘지지율이 깡패’가 정치판의 철칙처럼 돼 있듯,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 없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를 선택의 척도로 여기고, 선거 캠프들은 밴드왜건 흐름을 타려고 온갖 전략을 짜낸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본격 활용돼 판세를 좌우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대선 때부터다. 그러나 매번 빗나간 예측으로 큰 혼선을 낳았음에도 조사 기법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경 분석(5월 1일자 A1, 8면 참조)에 따르면 지난 총선도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오차범위(8.8%포인트) 밖으로 벌어진 곳이 21%에 달했다. 28%포인트 차이 난 곳도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짚어볼 것은 표본의 대표성이다. 연령, 직업, 지역, 정치 성향 등을 고르게 표집했느냐가 관건이다. 특정 지지층 과표집은 고질적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도 야당 지지 성향이 보수보다 1.55배 더 많이 표집된 곳도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성, 연령, 지역은 인구 구성 분포에 맞춰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정치 성향에 대해선 허위 답변 등의 이유로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율과 실제 선거 참여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정확도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여론조사 업체의 성향에 따라 편향성을 가지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다. 특정 정파 성향이라고 널리 알려진 업체의 조사에는 지지자들이 적극 임하고, 반대 성향의 참여는 떨어지는 현상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사 방식에서도 교묘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 국정 운영 찬반을 먼저 내세우고 개별 후보 선택을 뒤로 배치해 정권 심판이 부각되도록 하는 식이다. 실제 이런 사례도 있다.
응답률이 낮은 것도 문제다. 지난 대선 전 두 달간 여심위에 등록된 98개 여론조사 결과 응답률 5% 미만이 41개로 42%에 달했고, 1.4%에 불과한 것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응답률이 너무 낮으면 특정 표본이 과잉 대표되고,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 표본 수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전국 단위 선거 또는 정당 지지율 조사 표본 대상은 보통 1000명에 불과하다. 이를 광역시·도로 나누면 한 곳당 60명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로 수백만 표심을 읽기 쉽지 않다. 총선 지역구별 표본 대상은 500명이 보통인데, 역시 유권자 10만~20만 명의 표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 난립에 따른 덤핑 수주가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의 첫 단계인 표본 추출이 매우 중요한데, 초저가 조사를 하면 이 과정부터 부실해질 수 있다.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려면 응답률 하한선을 둬야 한다. 응답률이 무조건적인 신뢰도 판단 잣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높을수록 편향 개연성을 줄인다. 지난해 한국조사협회가 최소 응답률을 가상번호 활용 시 10%, RDD(전화번호 임의 걸기) 이용 시 7%를 하한선으로 제시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질문 내용도, 질문자의 태도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을 검증할 수 있고, ‘하우스 이펙트’를 줄일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품질 등급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미국 등과 같이 전문가들이 참여해 설문 항목의 객관성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멀티미디어메시징(MMS) 방식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선거 운동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가상번호를 활용한 문자 전송은 허용되지 않는 등 제한이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런 규제가 없어 MMS 방식의 여론조사가 활발하다. MMS 방식은 질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고, 참여 시간에 제한이 없어 응답률이 40~60%에 달하는 등 전화 조사에 비해 장점이 많다. 그런 만큼 제기되는 우려점을 보완해 적극 활용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언제까지 유권자 선택의 가늠자인 엉터리 여론조사로 민심을 왜곡할 수는 없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본격 활용돼 판세를 좌우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대선 때부터다. 그러나 매번 빗나간 예측으로 큰 혼선을 낳았음에도 조사 기법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경 분석(5월 1일자 A1, 8면 참조)에 따르면 지난 총선도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오차범위(8.8%포인트) 밖으로 벌어진 곳이 21%에 달했다. 28%포인트 차이 난 곳도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짚어볼 것은 표본의 대표성이다. 연령, 직업, 지역, 정치 성향 등을 고르게 표집했느냐가 관건이다. 특정 지지층 과표집은 고질적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도 야당 지지 성향이 보수보다 1.55배 더 많이 표집된 곳도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성, 연령, 지역은 인구 구성 분포에 맞춰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정치 성향에 대해선 허위 답변 등의 이유로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율과 실제 선거 참여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정확도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여론조사 업체의 성향에 따라 편향성을 가지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다. 특정 정파 성향이라고 널리 알려진 업체의 조사에는 지지자들이 적극 임하고, 반대 성향의 참여는 떨어지는 현상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사 방식에서도 교묘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 국정 운영 찬반을 먼저 내세우고 개별 후보 선택을 뒤로 배치해 정권 심판이 부각되도록 하는 식이다. 실제 이런 사례도 있다.
응답률이 낮은 것도 문제다. 지난 대선 전 두 달간 여심위에 등록된 98개 여론조사 결과 응답률 5% 미만이 41개로 42%에 달했고, 1.4%에 불과한 것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응답률이 너무 낮으면 특정 표본이 과잉 대표되고,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 표본 수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전국 단위 선거 또는 정당 지지율 조사 표본 대상은 보통 1000명에 불과하다. 이를 광역시·도로 나누면 한 곳당 60명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로 수백만 표심을 읽기 쉽지 않다. 총선 지역구별 표본 대상은 500명이 보통인데, 역시 유권자 10만~20만 명의 표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 난립에 따른 덤핑 수주가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의 첫 단계인 표본 추출이 매우 중요한데, 초저가 조사를 하면 이 과정부터 부실해질 수 있다.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려면 응답률 하한선을 둬야 한다. 응답률이 무조건적인 신뢰도 판단 잣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높을수록 편향 개연성을 줄인다. 지난해 한국조사협회가 최소 응답률을 가상번호 활용 시 10%, RDD(전화번호 임의 걸기) 이용 시 7%를 하한선으로 제시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질문 내용도, 질문자의 태도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을 검증할 수 있고, ‘하우스 이펙트’를 줄일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품질 등급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미국 등과 같이 전문가들이 참여해 설문 항목의 객관성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멀티미디어메시징(MMS) 방식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선거 운동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가상번호를 활용한 문자 전송은 허용되지 않는 등 제한이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런 규제가 없어 MMS 방식의 여론조사가 활발하다. MMS 방식은 질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고, 참여 시간에 제한이 없어 응답률이 40~60%에 달하는 등 전화 조사에 비해 장점이 많다. 그런 만큼 제기되는 우려점을 보완해 적극 활용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언제까지 유권자 선택의 가늠자인 엉터리 여론조사로 민심을 왜곡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