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날아올라 비장하게 추락한 서희의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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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유니버설발레단 사흘간 공연
서희, 11년 만에 韓 무대 올라
'월드스타' 등장하자 전석 매진
날개가 달린 듯한 체공력 자랑
마지막 순간까지 강렬한 인상
유니버설발레단 사흘간 공연
서희, 11년 만에 韓 무대 올라
'월드스타' 등장하자 전석 매진
날개가 달린 듯한 체공력 자랑
마지막 순간까지 강렬한 인상

사랑일까, 아닐까. 흔히 사랑은 그 마음을 확인하기 전까지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그 마음이 확인되는 순간 사랑은 폭발한다. 안무가 맥밀런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1막 발코니 파드되(2인무)가 그 부분이다. 모든 발레 작품을 통틀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과 함께하는 이 발코니 파드되는 가장 로맨틱한 장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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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밀런은 마지막 장면에서 단도로 자신을 찌른 줄리엣이 로미오의 시신을 향해 손을 뻗지만 끝내 그 손을 잡지 못하고 침대 위에 널브러진 채 죽음을 맞이하도록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중요한 두 장면에서 비극의 감정을 분출시키고 연결한 것이다.
서사가 강렬한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도 이 비극적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발코니 파드되를 주도한 주제부는 두 사람의 죽어가는 엔딩 장면에 음울한 선율을 타고 깔려 들어간다. 음악을 통해 발코니에서 사랑을 확인하던 두 사람의 모습은 환영처럼 죽음의 그림자 위로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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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 수려한 발등에서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줄리엣 역할은 ‘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을 연기하는 주역 못지않게 힘든 역할이다. 철없는 10대의 모습에서부터 무도회에서 이성을 보고 설레는 감정에 눈을 뜨는 모습, 마음에 없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부모의 요구에 거절과 절망이 오가는 몸짓,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비장하게 약을 마시며 마지막 순간 연인의 뒤를 따라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까지…. 줄리엣만큼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어디 있을까. 서희는 그 감정 변화를 정확히 표현하며 전체를 이끄는 힘을 발휘했다.
로미오 역의 카마르고는 첫날 1막 전반부에서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면을 보였으나 발코니 파드되에서 폭발적인 감정선과 파드되 호흡을 드러냈고 이후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머큐쇼 역의 이고르 콘타레프, 티볼트 역의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 벤볼리오 역의 임선우 무용수는 로미오의 든든한 받침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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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비 작가·<발레, 무도에의 권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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