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열린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일반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HBM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는 데다 HBM에 D램 생산 라인의 20% 이상을 배정하면서 일반 D램 공급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10일 삼성증권이 주최한 기관투자가 대상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향후 D램 가격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장에선 기관투자가들이 HBM 계약 현황과 관련해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최근 “2025년까지 HBM을 완판했다”고 선언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은 1년 단위 ‘바인딩 계약’(공급 물량, 대금 지급 방법, 기한 등이 명시되는 계약)을 통해 공급된다”며 “올해 말 기준 생산능력 기준으로 내년 생산 물량이 모두 고객사에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HBM을 완판했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판매 상황은 경쟁사와 비슷하다”며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2025년 공급 과잉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세대 HBM인 ‘HBM3E’와 6세대 ‘HBM4’에 대한 현황 설명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3E 8단은 경쟁사(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좁혀졌고 12단 제품은 선도하고 있다”며 “HBM4는 내년 개발해 2026년 양산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HBM4부터는 D램 상하단을 직접 구리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의 공급 안정성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사(엔비디아)가 가장 원하는 건 (현재 납품하고 있는) HBM3E 8단 제품”이라며 “HBM3 가격이 하락해도 HBM3E 가격이 오른 만큼 현재의 마진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일반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D램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SSD 수요 증가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 추세”라고 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국제메모리워크숍에서 7세대 HBM인 HBM4E 개발을 이르면 2026년 완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HBM4 이후부터는 개발 주기가 1년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