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필 5월9일 뮌헨 현지 정기연주회 리뷰
가장 먼저 연주된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에서 등장한 메조 소프라노 오카 폰 데어 다메라우의 가창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충격을 안겨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1곡 ‘이제 태양은 저토록 찬란하게 떠오르려 하네’부터 탁월한 시어의 조탁과 성악적 컨트럴을 통해 빛남과 어두움의 공존을 리얼하게 표현하기 시작하여 마지막 강력한 5곡 ‘이런 날씨에’까지 음악적 감흥 이상의 강력한 호소력을 발산했다. 예르비 또한 가능한 한 오케스트라의 볼륨을 낮추어 실내악적인 느낌으로 작품에 접근, 다메라우의 노래와 밸런스를 맞추며 비감어린 말러의 내면으로 신중하게 접근해 들어갔다. 다메라우는 5월 26일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과의 말러 교향곡 3번의 협연자로 서울에 처음 선을 보일 예정으로서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감동을 줄 것으로 예상해 본다. 말러 스스로 크게 빚을 졌다고 토로한 바 있는 요절한 한스 로트의 교향곡 1번은 화려한 사운드와 빈틈이 없을 정도의 음표들, 말러를 연상시키는 악상과 브루크너 교향곡 및 바그너 파르지팔에서 기인한 멜로디와 악상, 팀파니 및 금관, 트라이앵글의 쉼 없는 연타 등등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자칫 난잡해지기 쉬운 로트의 텍스추어를 예르비는 변화무쌍한 음향조탁과 새끈한 표현력을 부여하며 명쾌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각 악장들의 정묘한 특징과 젊은 작곡가의 혈기 모두를 멋지게 보여주었다. 이 가운데 뮌헨 필의 특징이 잘 드러나며 예르비의 노련한 표현력과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한 3악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만큼 청중의 환호는 대단히 열정적이어서 이 비운의 작품에 대한 예르비의 진심어린 접근이 통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한편 5월 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더치 내셔널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푸치니 ‘일 트리티코’ 공연은 우리 시대의 거장 연출가 가운데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바리 코스키의 신 프로덕션으로 기대를 모았다. 연출과 음악, 청중의 호응 등등 모든 면에 있어서 대단히 성공적인 무대로서 무엇보다도 이 홀 특유의 훌륭한 어쿠스틱 덕분에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미남 지휘자의 대명사인 로렌초 비오티의 해석이 빛을 발했다. 그는 느린 듯 섬세한 디테일을 강조하면서 장면마다의 특징과 장면전환시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포착, 극의 가장 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응축력과 폭발력을 이끌어냈다. 그도 이제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완성하여 성숙시켜가는 거장으로의 단계에 접어든 듯하다.
아무래도 이번 프로덕션은 연출가 바리 코스키의 승리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외투’와 ‘수녀 안젤리카’, ‘자니 스키키’ 세 작품 모두를 동일한 배경의 무대 디자인을 바탕으로 읽어내며 작품에 따라 그 의미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준 무대부터 큰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는 마치 삶에 대한 일관된 주제가 담겨있음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특히 무대 앞 좌우에 강한 조명을 설치하여 캐릭터들의 그림자를 각기 다른 각도의 구도로 두 개를 양면에 새로이 생성, 정면의 실제 무대와 합하여 도합 세 개의 화면이 무대에 펼쳐지게끔 했다. 코스키 연출의 스타일이 강하게 드러남과 동시에 작품의 각기 다른 사랑에 대한 관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서 작곡가의 의도를 꿰뚫는 그의 통찰력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연출 가운데 작품 별로 명장면을 꼽아보자면, ‘외투’에서는 부부가 작은 룸 안에 들어가 서로 등지고 부르다가 점차 미켈레가 돌아서며 애원하는 장면, ‘수녀 안젤리카’에서는 안젤리카가 독약을 마신 뒤 아들의 골분을 얼굴에 바르다가 갑자기 머리에 쏟아부으며 쓰러지는 격정적인 장면, ‘자니 스키키’에서는 음악이 시작되기 전을 부오소의 생일 파티 장면으로 설정, 그가 앉은 채 갑자기 케이크에 머리를 박고 급사하니 친척들은 그의 옷을 벗겨 팬티 안에서 유서를 찾아내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작품의 메시지와 코스키의 독창성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대목들로서 정말로 옛 거장 연출가들의 위대한 계보를 이어나가기에 충분하다. 성악가들은 누구 하나 튀는 사람 없이 골고루 높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미켈레와 스키키 역을 맡은 루이 드 빈센트가 대단히 훌륭했고 안젤리카 역을 맡은 엘레느 스티키나, 라우레타 역을 맡은 재기발랄한 이나 데멘코바, 루이지와 리눈치오 역을 맡은 열정적인 조슈아 게레로가 눈에 띄었다. 특히 스티키나의 음색과 호소력은 너무나 놀라웠는데, 엄마의 사랑과 죽음에 이르는 슬픔이 대조를 이루며 격조 높은 숭고함으로 이어지는 감정선을 너무나 절절하게 토해냈다. 무대인사를 할 때 그녀가 가슴에 손을 올리자 극에서 뿌린 아들의 골분이 펑펑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노라니 마치 성녀 뒤에 떠오르는 성광을 연상시킨 탓에 더욱 감동이 배가되기도 했다. 이에 청중은 기립박수로 진심어린 화답을 전하기도 했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