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0주년' 도종환 시인 "정치인으로 마당만 좀 쓸다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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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간담회
8년만에 처음으로 낸 시집
"정치와 문학 길 함께 걸을 것"
8년만에 처음으로 낸 시집
"정치와 문학 길 함께 걸을 것"
3선 의원을 지내며 문단을 잠시 떠났던 도종환 시인이 등단 40주년을 맞아 8년만에 새 시집을 냈다.
14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도 시인은 "12년 동안 정치계에서 전쟁같은 일상을 보내며 쌓인 고뇌의 흔적을 담은 시집"이라고 밝혔다. 도 시인은 2012년 19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21대 총선에서 연달아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시집의 제목은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사상에서 가져왔다. 카뮈는 정오를 가장 균형 잡힌 생명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도 시인은 현재 우리 사회가 균형의 시간에서 멀어져 어두움과 황폐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단으로 갈라져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며 "시를 통해 황폐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엔 시인과 정치인이란 두 가지 정체성에서 비롯된 경험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고(心告)'란 시가 대표적이다. 작품 속에서 "시 쓰다 말고 정치는 왜 했노?"란 물음에 시인은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세상은 좀 바꾸었나"고 묻자 "마당만 좀 쓸다 온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도 시인은 "시 쓰는 시간은 나에게 회복과 치료의 시간이었다"며 "정치 하러 국회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시를 놓을 수 없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12년 전 국회에 처음 갔을 때 근조 리본이 달린 난이 배달됐다"며 "정계에 입문한 이상 시인으로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란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그 화분을 가꾸면서 '나는 여기에 왜 있나'란 성찰을 끊임없이 하게 됐고, 아직까지 잘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속의 길과/ 구도의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풀잎의 기도')는 시 구절 처럼, 문학과 정치의 길을 균형있게 걷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도 시인은 "문학과 정치는 방법이 다를 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같다"며 "빅토르 위고나 파블로 네루다, 바츨라프 하벨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14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도 시인은 "12년 동안 정치계에서 전쟁같은 일상을 보내며 쌓인 고뇌의 흔적을 담은 시집"이라고 밝혔다. 도 시인은 2012년 19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21대 총선에서 연달아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시집의 제목은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사상에서 가져왔다. 카뮈는 정오를 가장 균형 잡힌 생명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도 시인은 현재 우리 사회가 균형의 시간에서 멀어져 어두움과 황폐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단으로 갈라져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며 "시를 통해 황폐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엔 시인과 정치인이란 두 가지 정체성에서 비롯된 경험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고(心告)'란 시가 대표적이다. 작품 속에서 "시 쓰다 말고 정치는 왜 했노?"란 물음에 시인은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세상은 좀 바꾸었나"고 묻자 "마당만 좀 쓸다 온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도 시인은 "시 쓰는 시간은 나에게 회복과 치료의 시간이었다"며 "정치 하러 국회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시를 놓을 수 없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12년 전 국회에 처음 갔을 때 근조 리본이 달린 난이 배달됐다"며 "정계에 입문한 이상 시인으로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란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그 화분을 가꾸면서 '나는 여기에 왜 있나'란 성찰을 끊임없이 하게 됐고, 아직까지 잘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속의 길과/ 구도의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풀잎의 기도')는 시 구절 처럼, 문학과 정치의 길을 균형있게 걷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도 시인은 "문학과 정치는 방법이 다를 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같다"며 "빅토르 위고나 파블로 네루다, 바츨라프 하벨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