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이럴 줄은…"부처핸섬" 뉴진스님에 난리난 까닭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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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윤성호 부캐 '뉴진스님' 열풍
승복 입고 EDM 공연하며 젊은 층과 소통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세대 뛰어넘는 모습"
"비판 여론도 이해·수용할 필요 있어"
승복 입고 EDM 공연하며 젊은 층과 소통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세대 뛰어넘는 모습"
"비판 여론도 이해·수용할 필요 있어"
"'불교 행사가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영상을 찍으며 다 같이 뛰어노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더라고요."
최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펼쳐진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공연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A씨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즐거워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열린 연등 행사에서 개그맨 윤성호가 승복을 입고 '뉴진스님'으로 선보인 무대를 본 뒤였다.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현장을 방문한 A씨는 "요즘 워낙 인기가 많으니까 구경하러 간 거였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외국인도 많았다"면서 "SNS에도 올리고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내는 중"이라며 웃었다.
요즘 불교계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뉴진스님'이다. 뉴진스님은 민머리의 빡구 캐릭터로 친숙한 윤성호의 부캐(부캐릭터의 줄임말)로, 그는 승려 복장을 하고 EDM 공연을 하며 'K-불교'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무거운 분위기의 종교가 아닌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며 '즐기는' 불교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젊은 층의 종교 외면이 심해지면서 미래세대 전법이 화두가 된 현시점에서 더없이 긍정적인 시도이자 시그널인 셈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요즘 젊은 층은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더라. 실용적인 면을 보거나 혹은 자기 취향 중심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를 떠나 본인이 관심이 있거나 기호에 맞는다면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종교적 측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개성과 문화적 취향으로 소비하려는 젊은 층의 특징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일부는 비판하기도 하지만 불교 캐릭터를 디제잉과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는 "학생들과 대화해 보니 MZ세대들에게 종교는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뉴진스님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뉴진스님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들이 불교의 핵심을 놓치지는 않는다. 충분히 재미가 있으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아서 불교에 관심이 있든 없든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 가운데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통계청 집계 기준 2015년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다. 신도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호감도는 전체 종교 중 1위(52.5점)를 차지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불교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가톨릭(51.3점), 개신교(33.3점), 원불교(29.4점)를 앞섰다. 다만 대외 호감도가 신행을 통한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아 숙제였다.
불교 신자 B씨는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불자들끼리 모일 때도 출가수 감소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뉴진스님이나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했던 '나는 절로' 템플스테이 등 모두 관심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불교계와 정치권에서는 뉴진스님의 활동을 두고 종교를 희화화하고 불교 가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쿠알라룸푸르의 한 클럽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던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윤성호가 개그를 위해 급조한 캐릭터가 아닌, 실제 불자였으며 불교 전파에 진심이라는 점이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친을 따라 어렸을 때부터 불교를 믿었던 그는 실제 법명인 '일진(日進)'을 활동에 써왔는데, 지난해 '뉴진(New-進)'이라는 법명을 새로 받았다. 변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영어 'NEW'에 '나아갈 진'을 합쳐 '새롭게 나아가자'는 뜻을 완성했다.
윤성호는 자신이 참석한 불교박람회 참석자 80%가 20대였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 뉴진스님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격려하며 그에게 디제잉 헤드셋을 선물하기도 했다.
윤성호는 최근 '뉴스룸'에 출연해 "이렇게 헤드셋을 받는 게 역사상 처음"이라며 "저는 사람을 그냥 끌어모을 테니 나머지는 법력이 높으신 우리 큰 스님이나 스님들께서 전법을 좀 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부처핸섬"을 외치고 있는 뉴진스님은 홍콩, 마카오 등에서도 불교 EDM 공연을 통해 '문화 포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평론가는 "해외 공연도 잘 될 것 같다. 특히 서양에서는 참선, 선불교 등 오리진에 관심이 많지 않냐. 새로운 한류도 가능할 거라 본다"면서 "일부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 또한 100%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목소리"라고 전했다.
한 교수 역시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불교, 힌두교 세 개의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보다 경직도가 높은 나라다. 이런 맥락에서 뉴진스님을 비판하는 건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뉴진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서 인사하는 등 종단에서 그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점을 짚으며 "조계종단이 비판 여론을 한 개인의 일로 놔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논의의 장으로 이끈다면 색다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동하는 제2, 3의 뉴진스님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최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펼쳐진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공연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A씨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즐거워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열린 연등 행사에서 개그맨 윤성호가 승복을 입고 '뉴진스님'으로 선보인 무대를 본 뒤였다.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현장을 방문한 A씨는 "요즘 워낙 인기가 많으니까 구경하러 간 거였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외국인도 많았다"면서 "SNS에도 올리고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내는 중"이라며 웃었다.
요즘 불교계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뉴진스님'이다. 뉴진스님은 민머리의 빡구 캐릭터로 친숙한 윤성호의 부캐(부캐릭터의 줄임말)로, 그는 승려 복장을 하고 EDM 공연을 하며 'K-불교'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무거운 분위기의 종교가 아닌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며 '즐기는' 불교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젊은 층의 종교 외면이 심해지면서 미래세대 전법이 화두가 된 현시점에서 더없이 긍정적인 시도이자 시그널인 셈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요즘 젊은 층은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더라. 실용적인 면을 보거나 혹은 자기 취향 중심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를 떠나 본인이 관심이 있거나 기호에 맞는다면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종교적 측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개성과 문화적 취향으로 소비하려는 젊은 층의 특징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일부는 비판하기도 하지만 불교 캐릭터를 디제잉과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는 "학생들과 대화해 보니 MZ세대들에게 종교는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뉴진스님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뉴진스님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들이 불교의 핵심을 놓치지는 않는다. 충분히 재미가 있으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아서 불교에 관심이 있든 없든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 가운데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통계청 집계 기준 2015년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다. 신도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호감도는 전체 종교 중 1위(52.5점)를 차지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불교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가톨릭(51.3점), 개신교(33.3점), 원불교(29.4점)를 앞섰다. 다만 대외 호감도가 신행을 통한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아 숙제였다.
불교 신자 B씨는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불자들끼리 모일 때도 출가수 감소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뉴진스님이나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했던 '나는 절로' 템플스테이 등 모두 관심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불교계와 정치권에서는 뉴진스님의 활동을 두고 종교를 희화화하고 불교 가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쿠알라룸푸르의 한 클럽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던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윤성호가 개그를 위해 급조한 캐릭터가 아닌, 실제 불자였으며 불교 전파에 진심이라는 점이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친을 따라 어렸을 때부터 불교를 믿었던 그는 실제 법명인 '일진(日進)'을 활동에 써왔는데, 지난해 '뉴진(New-進)'이라는 법명을 새로 받았다. 변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영어 'NEW'에 '나아갈 진'을 합쳐 '새롭게 나아가자'는 뜻을 완성했다.
윤성호는 자신이 참석한 불교박람회 참석자 80%가 20대였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 뉴진스님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격려하며 그에게 디제잉 헤드셋을 선물하기도 했다.
윤성호는 최근 '뉴스룸'에 출연해 "이렇게 헤드셋을 받는 게 역사상 처음"이라며 "저는 사람을 그냥 끌어모을 테니 나머지는 법력이 높으신 우리 큰 스님이나 스님들께서 전법을 좀 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부처핸섬"을 외치고 있는 뉴진스님은 홍콩, 마카오 등에서도 불교 EDM 공연을 통해 '문화 포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평론가는 "해외 공연도 잘 될 것 같다. 특히 서양에서는 참선, 선불교 등 오리진에 관심이 많지 않냐. 새로운 한류도 가능할 거라 본다"면서 "일부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 또한 100%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목소리"라고 전했다.
한 교수 역시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불교, 힌두교 세 개의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보다 경직도가 높은 나라다. 이런 맥락에서 뉴진스님을 비판하는 건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뉴진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서 인사하는 등 종단에서 그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점을 짚으며 "조계종단이 비판 여론을 한 개인의 일로 놔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논의의 장으로 이끈다면 색다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동하는 제2, 3의 뉴진스님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