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베트남 지사로 발령받았습니다. 호찌민에서 살아보니 한국보다 생활 환경에 대한 만족이 크더군요. 퇴사 후 아예 눌러살기로 결심했죠.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거주증 발급을 받으려고 여러 가지 아이템을 찾던 중 '당구장'을 찾았죠. 베트남에서는 10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끝나면 당구장으로 모여요. 한국의 PC방이나 다름없죠. K팝을 들으면서 남녀노소 즐기는 국민 스포츠죠. 적절한 매물 찾는 데만 6개월이 걸려 올해부터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월 1000만원가량 매출을 내고 있죠. (웃음)"
베트남 호찌민에서 김재남(38) 씨가 운영중인 한국식 프리미엄 당구장 내부 모습.
베트남 호찌민에서 김재남(38) 씨가 운영중인 한국식 프리미엄 당구장 내부 모습.
동남아는 당구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당구 장비 시장은 2024년 3억4406만 달러에서 2029년 3억9752만 달러로 약 15.5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 시장은 2027년까지 매년 2.05%씩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잠재력이 큰 국가에 도전장을 낸 이가 있다. 한국식 프리미엄 당구장을 운영 중인 김재남(3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현재 베트남 호찌민에서 작당당구장을 운영하는 김재남(38)입니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 2021년 베트남 지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베트남에서 살아보니 생각보다 생활이 만족이 컸죠. 퇴사 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Q. 왜 현지에서 당구장을 여셨나요.
"베트남에서 거주증 발급을 받으려면 먹고 살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 젊은이들에 대해 많이 연구하게 됐죠. 호찌민에서 젊은이들이 밥을 먹고 난 후 2차로 즐길 만한 오락거리나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당구장이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죠."

Q. 당구가 국민 스포츠라고요.
"베트남 현지인들은 당구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아주 좋아합니다. 10대 학생들도 학교가 끝나면 당구장으로 달려와 당구를 즐길 정도입니다. 최근 베트남 당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당구가 국민 스포츠화되고 있죠. 베트남이 국제적으로 최상위 스포츠 종목이 전무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종목은 3쿠션이 스포츠로서 인기가 있다면, 포켓볼은 베트남 젊은 층들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표적인 놀거리입니다. 호찌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포켓볼 구장이 호황기를 겪고 있죠. 마치 예전 80~90년대 국내 대학가 중심으로 당구장이 호황을 누렸던 때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웃음)"

Q. 매물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데요.
"현지에서 당구장 자리를 구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저도 적절한 자리를 찾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렸습니다. 속된 말로 돈을 들고 찾아와도 당장 차릴 수 없는 실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호찌민 내에서 일단 100평대의 넓은 평수를 찾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런 자리를 찾더라도 임대료가 너무 높거나 오토바이 주차 공간이 부족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한 적이 많습니다. 베트남 인들에게 오토바이는 필수 교통수단이라서 큰 주차장이 없으면 아예 오지를 않습니다. 온라인 정보나 현지 공인중개사만 믿기보다는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아야 합니다."
김재남(38) 씨가 인테리어를 하기 전의 텅 비어 있는 내부 모습.  베트남 호찌민에는 현재 1층에 주차장까지 갖춘 100평대의 매물은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김재남(38) 씨가 인테리어를 하기 전의 텅 비어 있는 내부 모습. 베트남 호찌민에는 현재 1층에 주차장까지 갖춘 100평대의 매물은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Q. 지금의 당구장은 어떤 곳입니까?
"호찌민 2군(투득시 안푸프엉)에 있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낮에도 가보고, 밤늦게도 가보면서 시간대별 유동 인구를 수시로 체크했습니다. 평수는 약 100평 정도이며, 당구 테이블은 15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베트남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카페 느낌으로 꾸몄습니다. 웬만한 한국 동네 당구장보다 더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나요.
"현지인이 운영하는 로컬 당구장과 경쟁하려면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현지 직원 9명과 함께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직원을 많이 고용해서 고객 서비스를 좋게 하자는 것이 모토입니다. 베트남 당구장은 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 장사입니다. 베트남어가 서툴어도 요금 정산기가 한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매장 운영과 소통을 위해서 매니저만큼은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으로 채용했죠. 부가적인 매출을 위해서 컵라면과 음료 맥주 등도 팔고 있죠."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처음부터 프리미엄화가 목표였습니다. 현지에서 유통되는 저렴한 용품이 아니라 국내 당구용품들을 직접 수입하여 브랜드 제품들로 구성했죠.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당구장을 차리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관비와 해외 운송비가 추가로 들기에 더 비싸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비용이나 당구 테이블 설치 인건비 등은 국내 대비 50% 이상 저렴해 상쇄됩니다. △에어컨 설비 △간판 등을 포함한 인테리어 비용 △당구 테이블 15대 △당구용품을 포함해 총 1억 200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베트남은 집주인에게 주는 임대 보증금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3개월 치의 월세만 내면 됩니다. 국내 상가 보증금이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편이죠. 초기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Q. 매출은 어떤가요.
"올해 초 개업해 이제 3개월 차 입니다. 현재 2억 동 정도, 한국 돈으로 약 월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업 초기이기 때문에 점점 단골손님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4억 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베트남 직장인의 월급이 한국 돈으로 평균 50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죠."
베트남 호찌민에서 김재남(38) 씨가 운영중인 당구장의 외부 모습. 현지인들에게 필수 이동수단인 오토바이가 가득 세워져 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김재남(38) 씨가 운영중인 당구장의 외부 모습. 현지인들에게 필수 이동수단인 오토바이가 가득 세워져 있다.
Q. 국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고객 연령부터 확연하게 다릅니다. 국내 당구장의 주요 고객층이 중장년 남성들이지만, 이곳의 주 고객층은 10대부터 30대까지입니다. 아무래도 포켓볼 중심이다 보니 여성 고객들이 많습니다. 커플뿐만 아니라 여성들끼리도 당구장에 와서 3시간씩 즐기다 가곤 합니다. 그래서 당구장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역동적이고 활기찬 것이 특징이죠. 한국은 당구장 외에도 놀 곳이 너무 많지만, 베트남은 날씨가 매우 무더워서 야외보다는 실내 놀이공간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Q. 에피소드나 고충이 있었나요.
"공산 국가이다 보니, 외국인이 자국 내에서 장사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공안들이 수시로 와서 꼬투리를 잡아 과태료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요령이 생긴다고들 하더군요. 저는 베트남어가 서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현지 사정에 밝은 매니저를 직원으로 두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저처럼 한국어까지 원활한 매니저로 채용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Q. 앞으로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현지 시장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국내처럼 높은 빌딩의 고층에 당구장이 입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에, 공간의 한정적인 이유로 확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죠. 하지만 당구 인구는 점점 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국내 당구장 40~60대의 주요 고객이 젊었을 때 당구장에서 즐기던 과거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지금의 베트남 10대~20대 고객이 향후 30년 이상을 당구장 고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수 자영업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요즘,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것을 추천해봅니다. 한국 시장은 유행도 너무 빨리 변하고, 고객들의 눈높이 수준이 매우 높기에 자영업으로 성공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시장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도 없고,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기에 큰 꿈을 가지고 도전을 한 번쯤은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타국에서 철저한 준비와 시장조사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지에 오셔서 몇 개월 동안은 발품을 파시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장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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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