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이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4호 인터넷전문은행 KCD뱅크(가칭)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전국 140만 개 소상공인 사업장이 도입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 중인 KCD는 소상공인 전용 인터넷은행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이 가세하면서 제4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4호 인뱅' 참전…KCD와 손잡고 설립 추진
KCD는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호 KCD 대표는 “우리은행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해 ‘소상공인을 위한 첫 번째 은행’을 만들겠다”며 “KCD뱅크 컨소시엄은 입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등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시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과 KCD의 협력 관계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CD는 창업 첫해인 이때 우리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위비핀테크랩’(현 디노랩)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컨설팅 지원 등을 받았다. 2020년엔 우리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제1호 인터넷은행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케이뱅크 지분 12.58%를 보유하고 있다. KCD가 제4 인터넷은행 설립에 성공하면 인터넷은행 두 곳의 지분을 갖게 된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상장 케이뱅크 주식의 장외시장 가치는 이날 기준 약 8032억원에 달한다. 취득원가(2362억원)에서 240% 뛰었다. KCD가 인터넷은행 허가를 받고 상장할 경우 우리은행은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해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지원하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CD뱅크 컨소시엄을 포함해 더존뱅크와 U뱅크, 소소뱅크까지 총 4개 컨소시엄이 제4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밝히고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관건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초기 자본금을 끌어올 수 있는 금융회사를 주주로 참여시킬 수 있느냐다. U뱅크 컨소시엄에는 ‘빅4’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이 참여한다. 국내 1위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 더존비즈온이 이끄는 더존뱅크 컨소시엄은 신한은행이 참여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참여 여부를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진/박재원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