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노동법원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노동위원회 중심의 현행 노동 분쟁 해결 시스템이 바뀔지에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교동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도 노동법원을 설치할 단계가 됐다”며 “노동부와 법무부가 법을 준비해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 관련 법안을 낼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언급은 노동계와 경제계는 물론 고용노동부와도 충분한 검토 없이 나온 ‘깜짝 발언’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에서 오늘 윤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물어보는 전화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불임금 등 노동자들의 피해가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법원에 대해선 노동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현행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행정법원(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의 5심제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비판한다. 민사와 형사 소송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도 “(민형사 소송이) 하나의 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현행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올해 출범 70주년을 맞는 노동위 제도는 노무사를 활용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 재판에 비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분쟁이 법원에 가지 않고 노동위에서 마무리되는 종결률은 지난해 기준 95.7%에 달한다. 경제계도 “기존 절차로 노동 분쟁을 신속하고 전문성 있게 처리할 수 있다”며 회의적이다.

노동법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변호사업계다. 18대 국회부터 21대까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 모두 변호사다.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노동전문법원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