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촉발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 간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중국이 이미 거래 표준을 개발해 상용화를 시작한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과 한국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나서면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부터 CBDC와 토큰화한 예금을 활용한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유럽연합 대표), 영국, 스위스,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한국, 멕시코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 국가별로 시행한 CBDC 테스트를 주요국 결제망에서 시험하겠다는 것으로, 국가별 회계원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아 송금 비용을 낮추고 거래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미국 달러화가 포함된 국가 간 CBDC 테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중국과는 거리를 뒀다. CBDC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은 이미 국가 간 CBDC 거래 체계 개발을 완료했다.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여한 엠브리지(mBridge)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지난해 11월 관련 보고서가 BIS에 제출됐으며 지난 1월에는 UAE에서 ‘디지털 디르함’ 거래가 시작됐다.

CBDC 관계기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이 중국을 배제한 디지털화폐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 같은 해석에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아고라와 엠브리지 프로젝트 모두 BIS가 함께 진행한 것”이라며 “여러 가지 설계모델을 연구하는 상황이지 정치적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