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공세에 신음하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총력 지원에 나섰다. 각 기업이 중복 사업을 합치는 인수합병(M&A)에 나서거나 사업부문 또는 사업장을 국내외에 팔 경우 이에 따라붙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때 쓰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부과금(연간 5000억원 규모)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범용 제품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는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 재편에 나서면 정부가 이에 필요한 자금과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과 함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산업부는 삼정KPMG와 LG경영연구원, SK경영경제연구소 주도로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말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지원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수립한 사업 재편 계획과 비용 절감 방안 등을 산업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석유화학업계를 파격 지원하는 것은 지금이 구조조정할 마지막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내수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남은 물량을 저가에 쏟아내면서 국내 업체들이 그로기 상태로 내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TF 발족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업계·학계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어 구조조정과 관련한 인센티브 초안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사업 재편용 M&A에 나서는 기업에 양도세와 취득세 등을 감면해주는 방안이 담겼다. 업체 간 ‘빅딜’로 품목별 생산량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여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에는 낮은 금리로 정책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