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BTS·뉴진스 등이 소속된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쿠팡은 재계 순위를 18계단 끌어올리며 3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올해부터 적용된 동일인 지정 예외규정에 따라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총수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작년 말 기준)인 공시집단은 88개로 작년보다 6개 증가했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HD현대, GS, 농협 순이었다. 신규 선박 수주 영향으로 HD현대가 9위에서 8위로 올라서고, GS가 8위에서 9위로 내려앉은 것 외에 변동은 없었다.

쿠팡 김범석 의장
쿠팡 김범석 의장
올해는 온라인 유통, 2차전지, 엔터 및 호텔관광 업체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작년 재계 순위 45위이던 쿠팡은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27위로 18계단 올랐다. 쿠팡은 공시집단 중 가장 크게 순위가 상승해 금호아시아나(28위)를 밀어냈다. 그다음으로 순위가 크게 뛴 곳은 에코프로로, 지난해 62위로 공시집단에 지정된 뒤 올해는 15계단 상승한 47위에 올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지정됐다.

K팝의 세계화로 자산이 4조8100억원에서 5조2500억원으로 증가한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공시집단에 지정됐다. 자산 순위는 85위다.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다. 엔데믹 영향으로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와 숙박업체 소노인터내셔널,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영원도 새롭게 공시집단에 지정됐다. 대신증권, 원익, 현대해상화재보험도 공시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올해부터는 상출집단 지정 기준이 자산 10조원 이상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변경됐다. 새 기준은 자산 10조4000억원이었고, 이에 따른 상출집단 수는 48개로 지난해와 같았다.

올해부터는 동일인 지정 예외규정을 모두 충족한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세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쿠팡과 두나무는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예외조건은 △동일인이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동일하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 보증 및 자금 대차가 없을 것 등이다.

일각에선 동일인 제도 개편 논의의 시발점이 된 쿠팡의 김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하면서 ‘쿠팡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 부부가 쿠팡Inc 소속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경영 참여가 없는 등 예외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