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간)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제미나이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간)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제미나이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발 사이즈가 작아서 반품하고 싶어.”(사용자) “쇼핑몰에 반품 신청했고, 픽업 일정을 캘린더에 표시했어요.”(구글 제미나이)

구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대형 공연장 쇼어라인 엠피시어터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1.5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으며 시연한 장면이다. 사용자가 카메라로 신발을 보여주며 반품 의사를 밝히자, 제미나이가 신발을 구매한 이력을 찾아 해당 쇼핑몰에 반품을 요청했다. 신발 픽업 일정을 확인해 구글 캘린더에 시간과 장소까지 표시해줬다.

○“AI로 구글 생태계 재구성”

"신발이 작네"…구글 AI "반품 신청 마치고 픽업 대기"
순다르 피차이 구글·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수억 명이 구글 검색, 구글 포토, 구글 워크스페이스,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구글 제품을 통해 제미나이를 경험하고 있다”며 “제미나이를 구글의 모든 생태계에 적용해 모두를 위한 AI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날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키노트 스피치에서 ‘AI’라는 단어를 총 121번 언급했다. 피차이 CEO는 물론 이제까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까지 처음 무대에 올라 구글의 AI 기술력 및 제품 홍보에 나섰다. AI 시대에 위협받고 있는 ‘검색 엔진 최강자’의 입지를 수성하기 위해 전사의 역량을 AI 경쟁력 강화에 쏟아붓는 모양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건 창업한 지 2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AI 모델인 제미나이의 멀티모달 이해 능력과 긴 맥락 처리 능력을 검색에 활용하도록 했다. ‘AI 오버뷰(개요)’ 기능이 그것이다. 이는 구글이 ‘다단계 추론 기술’을 통해 복잡한 질문에도 똑 부러진 답변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방금 시카고로 이사를 왔어. 무엇을 해야 하지’라고 물으면 구글 제미나이가 알아서 집 주변의 식당, 병원, 공공기관, 공원 정보를 추천해준다. 리즈 레이드 구글 검색 담당 부사장이 이날 시연에서 ‘보스턴 비컨힐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고, 평점 4.1점 이상인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아줘’라고 요청하자 그에 맞는 업체명과 리뷰 및 평점, 지도가 일목요연하게 화면에 나왔다.

○“내가 보는 걸 AI도 본다”

구글은 실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AI 어시스턴트 기능도 강화했다. 사용자가 “우리 딸이 언제부터 수영을 배웠는지 알고 싶어”라고 말하면 AI가 구글 포토에 저장된 딸의 몇 년치 사진을 분석해 처음 수영할 때부터 최근 사진까지 선별해 보여줬다.

사용자가 AI와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 아스트라’도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휴대폰 카메라로 스피커를 촬영하자 AI는 어떤 스피커 모델인지 파악했고, 부분별 기능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있는 코드를 비추고 ‘어떤 코드인지 설명해보라’고 하자 코드를 분석해 말해줬다. 전날 공개된 오픈AI의 GPT-4o와 비슷한 서비스로 하반기에 출시된다.

구글은 동영상 생성형 AI 모델인 ‘비오’도 공개했다. 글로 입력하면 영상을 만들어주는 모델로, 오픈AI ‘소라’의 대항마 격이다. 비오는 다양한 1분 이상 길이의 영상을 고화질로 생성할 수 있다. 구글 측은 “자연어와 시각적 의미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긴 프롬프트의 내용을 정확하게 렌더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운틴뷰=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