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까지 "법대로 하자"…사법심사 범위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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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의대증원 이르면
16일 판단…교육·의료계 촉각
'집행정지 인용' 두고 찬반 대립
"원고 적격성 넓게 보는게 추세"
"법원, 정부 통치에 개입 안돼"
"정파성 휘말리면 신뢰 타격"
16일 판단…교육·의료계 촉각
'집행정지 인용' 두고 찬반 대립
"원고 적격성 넓게 보는게 추세"
"법원, 정부 통치에 개입 안돼"
"정파성 휘말리면 신뢰 타격"
27년 만의 의대 증원 여부를 가를 항고심 법원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과 기각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의 운명이 사법적 판단으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성원 최다은)는 16~17일 중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3개월여간 의·정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타협이나 대화가 아니라 사법부 판단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대법원 재항고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고법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사실상 올해 증원은 무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여부가 고법 재판부 결정에 좌우되는 상황에 놓이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부가 행정부 정책을 좌우하는 ‘사법 통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국가의 통치 행위나 행정 고유의 문제에 대한 사법심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관해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번 의대 증원 문제처럼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사법권이 결정을 내리는 입장에 서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이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본안심리를 다투기에 앞서 집행정지 신청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원고의 적격성을 넓게 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원고의 적격성을 지나치게 좁게 보고 사건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은 1심 재판부의 ‘각하’ 결정이 오히려 사법부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본안 심리에서 다퉈보게 하자는 차원에서 항고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 구성원의 정파성에 따른 판결이 빈번해지고 이로 인해 사법부 결정을 두고 사회가 찬반으로 갈리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사법 적극주의에 대한 찬반 논쟁이 끊임없지만, 법원이 점점 정파성에 휩쓸리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분명한 추세”라며 “판결해야 하는 판사나 사법부 모두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헌법재판소는 통치 행위에 속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엔 심판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사건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사례로 보고 심판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일반 병사를 파견한 사안은 대통령과 국회의 판단을 존중해 헌법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대법원은 지방의회의원의 징계 의결, 서훈 취소, 대북 송금 행위 등은 사법심사 대상으로 보고 그 통치 행위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으나,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건에 대해선 통치 행위를 긍정하며 아예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허란/강영연 기자 why@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여부가 고법 재판부 결정에 좌우되는 상황에 놓이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부가 행정부 정책을 좌우하는 ‘사법 통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국가의 통치 행위나 행정 고유의 문제에 대한 사법심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관해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의대 증원 둘러싼 법원 내 세 기류
최근 들어 행정부에서 결정한 사안들이 사법부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행정소송도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소송은 1심 접수 건수 기준 2014년 1만7630건에서 지난해 2만1286건으로 10년 새 20.7% 증가했다. 한 행정대학 교수는 “행정 규제로 인한 불이익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일단 법원으로 가져오는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최근 ‘사법 적극주의’를 앞세운 대법원의 판결 태도가 법률 해석의 최종적인 판단권자로서의 입장을 넘어 입법부의 역할을 침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말했다.이번 의대 증원 문제처럼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사법권이 결정을 내리는 입장에 서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이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본안심리를 다투기에 앞서 집행정지 신청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원고의 적격성을 넓게 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원고의 적격성을 지나치게 좁게 보고 사건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은 1심 재판부의 ‘각하’ 결정이 오히려 사법부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본안 심리에서 다퉈보게 하자는 차원에서 항고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 구성원의 정파성에 따른 판결이 빈번해지고 이로 인해 사법부 결정을 두고 사회가 찬반으로 갈리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사법 적극주의에 대한 찬반 논쟁이 끊임없지만, 법원이 점점 정파성에 휩쓸리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분명한 추세”라며 “판결해야 하는 판사나 사법부 모두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대 상황마다 달라진 사법통치 기준
사법부 판례를 살펴보면 국가의 통치 행위가 언제나 사법심사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행정부는 사법부의 통제를 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며 “이를 판가름하는 것은 시대정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송시강 홍익대 법대 교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개입은 나라별 경험과 역사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국회나 행정부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헌법재판소는 통치 행위에 속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엔 심판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사건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사례로 보고 심판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일반 병사를 파견한 사안은 대통령과 국회의 판단을 존중해 헌법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대법원은 지방의회의원의 징계 의결, 서훈 취소, 대북 송금 행위 등은 사법심사 대상으로 보고 그 통치 행위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으나,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건에 대해선 통치 행위를 긍정하며 아예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허란/강영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