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인스타그램 CI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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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부계정(본 계정 이외의 계정)만 해도 세 개가 넘어요. 본계정까지 합하면 총 4개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인스타그램에 처음 가입한 직장인 김 모씨(29)는 "첫 계정 외에 여러 가지를 기록하고 싶어 부계정으로 혼자 일기를 쓰는 계정을 개설했고, 이후 다이어트 계정과 다양한 말을 쓰는 계정 등을 만들다 보니 점점 늘어났다"고 말했다.

숏폼(짧은 길이 동영상)의 인기와 함께 부계정 문화가 MZ(밀레니엄+Z)세대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인스타그램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숏폼 시청과 함께 1인이 여러개의 계정을 사용하면서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은 '국민 포털' 네이버를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앱)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인스타그램의 사용시간은 총 209억분으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 3위에 올랐다. 인스타그램은 집계가 시작된 2016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네이버를 제쳤다.

상위 5개 앱 중 유일하게 인스타그램만 사용 시간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인스타그램 월간 사용 시간은 지난해 10월 172억분에서 올해 1월 207억분, 4월 209억분으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1위인 유튜브의 사용 시간은 올해 1월 1119억분에서 4월 1021억분으로, 2위인 카카오톡은 335억분에서 325억분으로 감소했다. 4위와 5위를 차지한 네이버와 틱톡도 사용시간이 각각 219억분에서 200억분, 79억분에서 60억분으로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인스타그램의 인기 요인은 숏폼 '릴스'가 꼽힌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릴스가 도입되기 전 인스타그램 앱 월간 사용자 추이(MAU)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98만명 증가했으나 2021년 릴스 도입 이후 1년간 MAU는 270만명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 2월 기준 인스타그램 앱 사용자는 2019년 2월부터 5년간 1241만명에서 2430만명으로 96%가량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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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부계정 운영 문화 확산 역시 체류시간 증가 요인으로 풀이된다. 인스타그램 부계정 생성의 경우 기존에 등록한 개인정보에 새로운 계정을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성 과정이 매우 간단하다. 또한 앱 왼쪽 상단에 위치한 계정 아이디를 클릭하면 전환을 손쉽게 할 수 있다.

한경닷컴이 지난 14일 부터 15일까지 인스타그램 내 설문을 통해 사용자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인스타그램 계정이 1개 넘게 있다고 응답했다. 1개 이상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27%는 계정이 3개 이상 있다고 답했다.

부계정 열풍은 본인의 취미나 사생활뿐 아니라 염탐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러한 계정은 소위 '염탐 계정'이라고 불린다. 24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인스타 스토리'의 경우 누가 자신의 게시물을 봤는지 기록이 남는 특징 때문에 스토리 게시물을 보기 위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본 계정 외에 '염탐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최 모씨(28)는 "헤어진 전 연인의 올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싶어 부계를 만들었다"며 "인스타 스토리의 경우 누가 나의 게시물을 봤는지 열람 기록이 찍히기 때문에 부계정을 만들어서 봤다"고 설명했다.

염탐 계정이 만연해지자 해당 계정을 추적하는 앱도 덩달아 인기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추적 앱 상위 5개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각각 100만회 이상을 돌파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계정 열풍은 SNS라는 공개된 공간을 사용하지만, 사용자는 자기의 모든 내용을 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다"며 "익명성이 더욱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부계정을 생성하는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요즘 인간관계가 직접적이기 보다 간접적인 관계가 많아지다 보니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것을 구분해 대인관계를 하려고 하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개인이 추구하는 걸 한다는 측면에서 자기의 삶을 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