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은 자기 계발의 목표가 될 수 없어, 숫자로 표시되지 않으니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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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시대에
‘자기 계발 광풍’이 분 건 우연이 아니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마크 코켈버그 지음
연아람 옮김/민음사
200쪽|1만5000원
‘자기 계발 광풍’이 분 건 우연이 아니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마크 코켈버그 지음
연아람 옮김/민음사
200쪽|1만5000원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은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다. 던지는 질문 역시 시의적절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부추기고 재촉하는 자기 계발 산업이 너무 과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느껴지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책을 쓴 마크 코켈버그는 철학자다. 벨기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철학과 미디어 기술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기술과 윤리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기 계발의 역사와 문화에서 목표 실현을 위한 도구로 쓰일 뿐 아니라 그 목표를 형성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여전히 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극히 미비하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책을 썼다. 그는 “스마트폰 앱은 우리 생활을 관찰하고 추적하며 평가한다”며 “우리에 관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 통계 정보를 분석하여 끊임없이 무언가를 권하고 광고를 보여준다”고 했다. ‘자기 계발’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숭고한 목적에 시작됐지만, 어느 순간 변질됐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남과의 비교에서 앞서기 위해 자기 계발이 행해진다. 주변에서의 부추김도 크다. 자기 계발을 권하는 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없는 돈을 쪼개 가며 자기 계발을 하는 동안 자기 계발 서적 작가와 IT 투자자들의 수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고 했다.
기술은 ‘어떤 것이 더 나은 사람인가’에 대한 답도 규정한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측정되는 사회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측정할 수는 없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측정할 뿐이다. 예컨대 내적 수양 같은 건 측정할 수 없다.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공부에 시간을 쏟았는지 등은 측정이 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 역시 이런 정량화된 수치에 근거하게 된다.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의 ‘명확함’과 달리 해법을 논의하는 부분은 ‘모호함’이 앞선다. 철학적 고찰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관계적 자아라는 사실, 기술이 사회에서나 우리 자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우리가 타인뿐만 아니라 지구 위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아와 자기 계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기술을 통해 자아를 이해하고 개량하겠다는 트랜스휴머니즘적 욕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보겠다는 근대적 소망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다”고 했다.
요지는 기술에만 의존할 것이라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주체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기 자신을 바꾸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를 변혁하자고 말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지만 다소 허무한 결론이기도 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책을 쓴 마크 코켈버그는 철학자다. 벨기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철학과 미디어 기술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기술과 윤리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기 계발의 역사와 문화에서 목표 실현을 위한 도구로 쓰일 뿐 아니라 그 목표를 형성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여전히 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극히 미비하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책을 썼다. 그는 “스마트폰 앱은 우리 생활을 관찰하고 추적하며 평가한다”며 “우리에 관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 통계 정보를 분석하여 끊임없이 무언가를 권하고 광고를 보여준다”고 했다. ‘자기 계발’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숭고한 목적에 시작됐지만, 어느 순간 변질됐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남과의 비교에서 앞서기 위해 자기 계발이 행해진다. 주변에서의 부추김도 크다. 자기 계발을 권하는 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없는 돈을 쪼개 가며 자기 계발을 하는 동안 자기 계발 서적 작가와 IT 투자자들의 수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고 했다.
기술은 ‘어떤 것이 더 나은 사람인가’에 대한 답도 규정한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측정되는 사회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측정할 수는 없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측정할 뿐이다. 예컨대 내적 수양 같은 건 측정할 수 없다.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공부에 시간을 쏟았는지 등은 측정이 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 역시 이런 정량화된 수치에 근거하게 된다.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의 ‘명확함’과 달리 해법을 논의하는 부분은 ‘모호함’이 앞선다. 철학적 고찰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관계적 자아라는 사실, 기술이 사회에서나 우리 자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우리가 타인뿐만 아니라 지구 위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아와 자기 계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기술을 통해 자아를 이해하고 개량하겠다는 트랜스휴머니즘적 욕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보겠다는 근대적 소망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다”고 했다.
요지는 기술에만 의존할 것이라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주체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기 자신을 바꾸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를 변혁하자고 말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지만 다소 허무한 결론이기도 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