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구도자' 78세 백건우…"다시 모차르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아가듯이 음악도 그런가봐요. 모차르트·베토벤으로 시작해서 낭만주의시대, 근·현대 시대 음악을 지나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네요."
최근 쇼팽 녹턴(2019), 슈만(2020), 그라나도스 (2022) 음반을 내며 작곡가들의 본질을 탐구해 온 백건우(78)의 여정이 이번에는 모차르트를 향한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려온 그가 모차르트를 음반으로 남긴 건 그의 68년 피아니스트 인생에서 처음이다. 이번 음반에서 백건우는 소나타, 판타지, 프렐류드 등 모차르트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3개의 음반에 담는다. 3개 중 첫 음반인 '모차르트 : 피아노 작품 1'이 발매됐다.
16일 서울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음반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백건우는 "모차르트는 뭔가 특별한 걸 보여주려는 연주보다는 (연주자가) 자신을 없앨 수 있는 연주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어떤 것인지, 그 자체를 순수하게 전하는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밝혔다.
백건우는 모차르트의 작품을 해석하며 모차르트가 악보에 담아낸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아이의 순수함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핑거링(손가락 운지법)을 깊게 연구했다고. 백건우는 "음악을 전달하고,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핑거링에 매우 신경썼다"며 "핑거링을 몇번씩 바꿔가며 원하는 소리를 찾았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악보에서 적어도 세 가지 핑거링을 생각한대요. 그의 말이 진리인 것 같아요. 딱 맞는 핑거링으로 연주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요. 젊은 연주자들 보면 잘못된 핑거링으로 칠 때가 많아요. 핑거링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고, 소리와 영혼이 연결되는거라 굉장히 중요하답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색다른 도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앨범 커버도 어린아이가 그린 본인의 초상화를 택한 것. 백건우는 ‘나만의 느낌으로 그리는 백건우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라는 공모전을 열어 직접 표지로 쓸 그림을 선정했다. 음반 녹음도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했다. 새로 지은 서울 장충동 신세계 트리니티홀에서 새 피아노로 모차르트의 소리를 구현했다.
"여전히 녹음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에요. 깔끔하게 고정해놓는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창의성을 필요로 하죠. 한 악기에서 여러 소리를 찾는 것, 그걸 편집하는 단계에서 어떻게 선과 울림을 찾아가야 하는지…. 이런 과정이 있었어요. "
프로그램도 백건우가 고심해서 선곡했다. '환상곡 d단조'를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16번, 쉬운 소나타’, ‘론도’와 같은 유명한 곡뿐 아니라 ‘아다지오’와 ‘지그’ 등 무대에서 흔히 연주되지 않는 숨은 명곡을 수록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작품을 말할 때, 소나타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것만으로는 모차르트의 방대한 음악 세계를 담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피아노 작품만 봐도 오르간 소리, 하모니카 소리, 민속악기 등을 연상시키는 곡들이 있고요. 음반을 듣다보면 '모차르트에 이런 곡도 있었나' 하실 거에요."
이번 음반 작업을 하던 지난해는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지난해 1월 아내 윤정희를 떠나 보내며 애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음반 작업에도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까. 이와 관련해 백건우는 "그 부분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며 "모든 것을 다 잊고, 음악과 나를 생각하고 음악에서 내가 할 수 잇는 걸 하는게 옳은 태도 같다"고 일축했다.
"저는 여행을 해도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가다보면 새로운 게 눈에 띄고 그러는거 아니겠어요. 모차르트도 마찬가지고 이전부터 미리부터 뭘 특별히 해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한 계획은 특별히 없습니다. 때가 되면 나타나겠죠."
백건우는 5월 18일 부천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6월 21일까지 모차르트 앨범 발매 기념 전국 리사이틀을 연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최근 쇼팽 녹턴(2019), 슈만(2020), 그라나도스 (2022) 음반을 내며 작곡가들의 본질을 탐구해 온 백건우(78)의 여정이 이번에는 모차르트를 향한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려온 그가 모차르트를 음반으로 남긴 건 그의 68년 피아니스트 인생에서 처음이다. 이번 음반에서 백건우는 소나타, 판타지, 프렐류드 등 모차르트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3개의 음반에 담는다. 3개 중 첫 음반인 '모차르트 : 피아노 작품 1'이 발매됐다.
16일 서울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음반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백건우는 "모차르트는 뭔가 특별한 걸 보여주려는 연주보다는 (연주자가) 자신을 없앨 수 있는 연주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어떤 것인지, 그 자체를 순수하게 전하는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밝혔다.
백건우는 모차르트의 작품을 해석하며 모차르트가 악보에 담아낸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아이의 순수함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핑거링(손가락 운지법)을 깊게 연구했다고. 백건우는 "음악을 전달하고,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핑거링에 매우 신경썼다"며 "핑거링을 몇번씩 바꿔가며 원하는 소리를 찾았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악보에서 적어도 세 가지 핑거링을 생각한대요. 그의 말이 진리인 것 같아요. 딱 맞는 핑거링으로 연주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요. 젊은 연주자들 보면 잘못된 핑거링으로 칠 때가 많아요. 핑거링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고, 소리와 영혼이 연결되는거라 굉장히 중요하답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색다른 도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앨범 커버도 어린아이가 그린 본인의 초상화를 택한 것. 백건우는 ‘나만의 느낌으로 그리는 백건우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라는 공모전을 열어 직접 표지로 쓸 그림을 선정했다. 음반 녹음도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했다. 새로 지은 서울 장충동 신세계 트리니티홀에서 새 피아노로 모차르트의 소리를 구현했다.
"여전히 녹음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에요. 깔끔하게 고정해놓는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창의성을 필요로 하죠. 한 악기에서 여러 소리를 찾는 것, 그걸 편집하는 단계에서 어떻게 선과 울림을 찾아가야 하는지…. 이런 과정이 있었어요. "
프로그램도 백건우가 고심해서 선곡했다. '환상곡 d단조'를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16번, 쉬운 소나타’, ‘론도’와 같은 유명한 곡뿐 아니라 ‘아다지오’와 ‘지그’ 등 무대에서 흔히 연주되지 않는 숨은 명곡을 수록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작품을 말할 때, 소나타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것만으로는 모차르트의 방대한 음악 세계를 담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피아노 작품만 봐도 오르간 소리, 하모니카 소리, 민속악기 등을 연상시키는 곡들이 있고요. 음반을 듣다보면 '모차르트에 이런 곡도 있었나' 하실 거에요."
이번 음반 작업을 하던 지난해는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지난해 1월 아내 윤정희를 떠나 보내며 애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음반 작업에도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까. 이와 관련해 백건우는 "그 부분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며 "모든 것을 다 잊고, 음악과 나를 생각하고 음악에서 내가 할 수 잇는 걸 하는게 옳은 태도 같다"고 일축했다.
"저는 여행을 해도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가다보면 새로운 게 눈에 띄고 그러는거 아니겠어요. 모차르트도 마찬가지고 이전부터 미리부터 뭘 특별히 해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한 계획은 특별히 없습니다. 때가 되면 나타나겠죠."
백건우는 5월 18일 부천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6월 21일까지 모차르트 앨범 발매 기념 전국 리사이틀을 연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