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또한 번아웃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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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정소연의 탐나는 책
<번아웃의 종말> 조나단 말레식 지음, 송섬별 옮김, 메디치미디어
번아웃의 늪에서 벗어나기
번아웃을 모르는 사람되기
<번아웃의 종말> 조나단 말레식 지음, 송섬별 옮김, 메디치미디어
번아웃의 늪에서 벗어나기
번아웃을 모르는 사람되기
한결같이 전진하는 진취적인 사람이 있다면 조금 얄미울 것 같다. 요즘 말로 ‘육각형 인간’이라면 현실이 꽃길에 가까울 테니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번아웃(burn-out)을 모르지 않을까? 좋은 환경과 우량한 유전자를 타고 나서 걱정이란 모를 테지? 그러나 성격, 외모, 재산 등 모든 것이 정상 범위에 있는 사람들(별나게 뛰어난 아웃라이어가 아님)도 굳이 육각형 인간을 숭배하거나 마음속으로 끌어내리지 않아도 된다. 이상(이데아)과 현실 간에 갭(gap)을 관리하면 된다.
번아웃은 일상적인 스트레스 상황과는 구분된다. 대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이 증폭되어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번아웃일 때는 녹초(녹은 초, 맞다)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우울함에 지배당한다.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해야 할 테지만 한 발짝도 못 떼겠다면? 한두 시간 더 자면 컨디션이 나아지리라는 평소의 긍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모든 일이 잘못되어간다는 두려움과 회피 심리만 가득하다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도 잡을 힘도 없는 상태다. <번아웃의 종말>을 쓴 조나단 말레식은 번아웃이 심각해서 오죽했으면 종신직 교수를 내려놓았다 (지금은 뭘 먹고 사는지?). 그는 학자답게 번아웃 연구에 돌입한다. 번아웃은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훈장’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19세기 초 홀연히 등장한 ‘신경쇠약증(nervous breakdown)’이 번아웃의 전신(前身)이었다.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같은 유명 작가들도 신경쇠약에 걸려서 펜을 내려놓아야 했는데, 작업 시간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지식 노동이 등장하며 신경쇠약자가 속출했다. 영감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므로 책상 밖에서도 늘 일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과 휴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교정하기 위해 산속 수도원까지 찾아가서 관찰한다.
번아웃 상황이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나의 번아웃도 타인의 번아웃도 우습게 보지 말자.
“피곤해 보이네요.”
그런 위로가 되지 않는 걱정 묻은 말은 각자의 주머니 속에 넣어두자. 조용히 건넬 바닐라 라떼를 추천한다.
- ‘풀가동’을 전제로 일정을 짜지 말자. 당신은 기계가 아니다. AI도 컴퓨터가 과열되면 멈춘다. 학교에 다닐 때처럼 쉬는 시간을 정해서 쉰다.
- 일과 공부를 몰아치듯이 하지 않는다. 집중 시간은 한계가 있다. 꾸준하게 적당량을 한다.
- 평소에 좋은 감각과 기분을 저축해두고,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행동 리스트를 만든다. 운동과 좋은 식사를 꾸준히.
-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 알아차린다. 평소 루틴을 소화하기가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지쳐 있는 것이다. 그럴 땐 어떻게든 쉴 시간을 내고 자책하지 않는다. 외워서 점수를 올리는 ‘노력의 시대’에는 몰아쳐서 일해도 여간해서 탈진하지 않았다. 다 쏟아 부어 쓰러질 것 같아도 성공의 도파민이 고통을 씻어주었다. 밤새 떠들썩하게 술을 마신 뒤 이튿날이면 다들 무쇠인 것 마냥 다음 미션으로 전진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꾸준히 나를 돌보며 지속해나가는 편이 믿음직스럽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 보니 결실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무수한 시도와 실패를 견뎌내야 한다. ‘장기적인 확률의 시대’다.
정소연 세종서적 편집주간
번아웃은 "있다"
“아무것도 못 하겠어도 일단 하라. 고통이 당신을 강하게 할 것이다. 더 큰 보상을 주리라.”는 자기계발서는 종교가 없는 이들을 위한 복음이다. 맞는 말 같다. 번아웃이 오기 전까지는! 소진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번아웃 증후군은 1974년에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붙인 명칭으로, 일과 공부 등 작업에 몰두하다가 너무 지친 상황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십 년 전부터 많이 회자되고 있다.번아웃은 일상적인 스트레스 상황과는 구분된다. 대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이 증폭되어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번아웃일 때는 녹초(녹은 초, 맞다)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우울함에 지배당한다.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해야 할 테지만 한 발짝도 못 떼겠다면? 한두 시간 더 자면 컨디션이 나아지리라는 평소의 긍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모든 일이 잘못되어간다는 두려움과 회피 심리만 가득하다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도 잡을 힘도 없는 상태다. <번아웃의 종말>을 쓴 조나단 말레식은 번아웃이 심각해서 오죽했으면 종신직 교수를 내려놓았다 (지금은 뭘 먹고 사는지?). 그는 학자답게 번아웃 연구에 돌입한다. 번아웃은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훈장’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19세기 초 홀연히 등장한 ‘신경쇠약증(nervous breakdown)’이 번아웃의 전신(前身)이었다.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같은 유명 작가들도 신경쇠약에 걸려서 펜을 내려놓아야 했는데, 작업 시간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지식 노동이 등장하며 신경쇠약자가 속출했다. 영감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므로 책상 밖에서도 늘 일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과 휴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교정하기 위해 산속 수도원까지 찾아가서 관찰한다.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은 자신들의 시간과 주의를 엄격하게 감시한다. 이는 욕망이 제자리를 지키게 만들기도 하지만, 또한 노동 역시 일정 선을 과도하게 넘어가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 <번아웃의 종말> 중에서
늪에서 빠져나올 구명줄은?
늪에서 건져줄 치트키와 조커, ‘타임’ 찬스가 필요하다. 머릿속 걱정의 공회전을 몇 분이라도 멈추게 할 몰입 대상을 찾아보자. 고양이를 쓰다듬든, 좋은 사람 옆에서 말없이 마카롱 하나를 먹도록 하자. 그 작은 행동이 마음에 신선한 바람 한 자락을 불어넣는다면? 정말 다행이다. 이제 자리를 털고 문밖으로 나갈 수 있다.번아웃 상황이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나의 번아웃도 타인의 번아웃도 우습게 보지 말자.
“피곤해 보이네요.”
그런 위로가 되지 않는 걱정 묻은 말은 각자의 주머니 속에 넣어두자. 조용히 건넬 바닐라 라떼를 추천한다.
번아웃에 빠지지 않을 결심
내일 비가 올지 눈이 올지 예보를 챙기는 것처럼 번아웃의 조짐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사람의 에너지도 일정한 진폭 내에서 움직인다면 살아가는 게 조금 심심하려나? 하지만 울타리 장미에 감탄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덜 놓치게 되고 서로에게 더 친절해질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횟수도, 도로에서 벌어지는 ‘레이스’도 줄어들지 모른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번아웃을 방지하는 몇 가지 팁이 정리된다.- ‘풀가동’을 전제로 일정을 짜지 말자. 당신은 기계가 아니다. AI도 컴퓨터가 과열되면 멈춘다. 학교에 다닐 때처럼 쉬는 시간을 정해서 쉰다.
- 일과 공부를 몰아치듯이 하지 않는다. 집중 시간은 한계가 있다. 꾸준하게 적당량을 한다.
- 평소에 좋은 감각과 기분을 저축해두고,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행동 리스트를 만든다. 운동과 좋은 식사를 꾸준히.
-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 알아차린다. 평소 루틴을 소화하기가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지쳐 있는 것이다. 그럴 땐 어떻게든 쉴 시간을 내고 자책하지 않는다. 외워서 점수를 올리는 ‘노력의 시대’에는 몰아쳐서 일해도 여간해서 탈진하지 않았다. 다 쏟아 부어 쓰러질 것 같아도 성공의 도파민이 고통을 씻어주었다. 밤새 떠들썩하게 술을 마신 뒤 이튿날이면 다들 무쇠인 것 마냥 다음 미션으로 전진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꾸준히 나를 돌보며 지속해나가는 편이 믿음직스럽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 보니 결실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무수한 시도와 실패를 견뎌내야 한다. ‘장기적인 확률의 시대’다.
정소연 세종서적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