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89표, 추미애는 80표…'명심' 오작동에 친명계 부담
국회의장 경선 표계산 틀린 친명…비명 여론 규합 가능성 확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16일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친명(친이재명) 주도의 당내 역학 구도에 경종을 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이번 경선에서 대다수는 '명심'(明心·이 대표의 의중)을 앞세운 추 당선인의 승리를 점쳤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조정식·정성호 의원까지 지난 12일 후보에서 물러나는 등 '명심'의 교통정리로 판세는 기운 듯했고 친명계는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친명계의 표계산 예측을 빗나갔다.

당선인 총회에서 89표를 얻은 우 의원이 80표를 얻은 추 당선인을 9표 차로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추 당선인의 정치 스타일이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선명한 행보는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안겨주면서도 일각에선 '독불장군 정치'라는 비판도 불러왔다.

하지만, 추 당선인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고려하더라도 어찌 됐든 독주 체재로 보이던 '명심'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친명 횡재, 비명(비이재명) 횡사' 공천 논란 속에서도 총선 대승으로 일사불란한 당의 체계를 잡은 것으로 자신했던 친명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총선 직후 당 안팎에선 민주당 소속 당선인을 계파에 따라 나눌 경우 친문(친문재인)계를 포함해 비명계는 많아 봐야 20명 안팎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 친명계와 각을 세워 온 박용진 의원 등도 구심점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비명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이번 경선 결과는 이들의 규합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우 의원에게 표를 준 89명 전부를 비명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의원 개인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상명하복식 계파 정치나 획일적 집단주의 행보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는 것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로 분류될 수는 있어도 사안에 따라서는 계파 논리를 따르지 않는 의원이 다수일 것이라는 의미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조·정 의원을 주저앉히는 과정이 너무 거칠었던 게 문제"라며 "추 당선인의 캐릭터에 대한 걱정도 컸지만, 무리하게 명심을 공개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