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국내 최초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으로 전환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과점 체제가 깨질지 주목된다. 은행 간 경쟁 촉진으로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5대 은행과의 ‘체급 차’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국구' 간판 내건 대구은행…5大 은행 20년 과점 깰까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7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5대 은행과 경쟁하는 ‘메기’ 역할을 맡기겠다는 ‘은행권 경쟁 촉진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시중은행이 새로 생기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현 우리은행에 합병) 이후 32년 만이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원)과 지배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등 시중은행 요건을 충족해 지난 2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인가 내용을 변경하는 은행업 본인가를 신청했다. 걸림돌이었던 고객 미동의 증권계좌 1000여 개 불법 개설 사건은 내부통제 개선 사항을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대구은행은 설립 57년 만에 사명을 모바일 뱅킹 앱 이름인 ‘iM뱅크(아이엠뱅크)’로 바꾸고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영업 구역의 전국 확대에 발맞춰 수도권과 충청, 강원 등에 향후 3년간 영업점 14개를 신설한다. 대구은행 모기업 DGB금융지주도 신종자본증권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5년간 자본 7000억원을 확충한다.

DGB금융이 증권(하이투자증권)과 보험(DGB생명) 계열사를 두고 있어 대구은행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가 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신용도 개선으로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달금리를 낮추면 은행의 예금·대출 경쟁력이 개선된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도권’과 ‘디지털’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시중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을 기업영업지점장(PRM)으로 채용하고, 기업 특화 영업점을 열었다.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영업점 수가 적어도 고객 확보에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IM뱅크 고객은 올해 1분기 말 195만4000명으로 작년보다 23.3% 증가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전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함께하고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5대 은행의 20%에도 못 미치는 대구은행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작년 말 대구은행 자산(70조9000억원)은 농협은행(396조9000억원)의 17.9%, 국민은행(512조3000억원)의 13.8%에 그친다. 1분기 말 원화 대출금도 5대 은행의 16~20%에 불과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