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놀라운 신인…김수현 근육 몸매 만든 '그 사람' [이일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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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조부장' 김지훈
알고보니 김수현 트레이너 출신
알고보니 김수현 트레이너 출신
"오디션부터 촬영까지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데뷔작이 1000만 영화라니 얼떨떨하고 감사합니다."
영화 '범죄도시4'에서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의 오른팔로 강한 인상을 남긴 조부장 역의 '신인' 배우 김지훈의 말이다. 강렬한 액션과 눈빛 연기로 '범죄도시4'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놀라운 신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그는 연예계에서 유명한 'PT샘'(퍼스널 트레이너 선생님)이었다. 그룹 소녀시대, 배우 김수현, 조여정, 정경호 등 유명 연예인들의 몸을 만들어준 사람이기 때문. 포털 사이트에 '김지훈'을 검색하면, 운동 인플루언서로 나오는 이유다.
복싱 선수를 거쳐 국내에서 알아주는 퍼스널 트레이너로 수년간 활동해왔지만, 김지훈은 "오래전부터 연기에 꿈이 있었다"며 "현실에 상처받고, 생업에 밀려 넣어뒀던 꿈을 '범죄도시4' 오디션 제안을 받고 다시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벌써 차기작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김지훈은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 장점을 살려 액션으로 정점을 찍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범죄도시4' 출연하기 전 이력이 독특합니다.
헬스 트레이너 생활을 10년 정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연예인을 꼽는다면 슈퍼주니어부터 소녀시대, 김수현, 조여정, 정경호, 옥주현 씨 등 엄청납니다. 영화에 테크니컬 디렉터(기술감독)로도 참여해왔습니다. 액션 장르 영화에는 무술감독이 있지만, 그걸 배우들이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 기술감독이잖아요. 운동과 트레이닝도 돕고, 액션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 어떻게 유명인들의 전담 트레이너가 됐을까요?
복싱 선수 생활을 오래 했어요. 우승하고, 선수로 정점을 찍고 떠났어요. 아마 복싱 쪽에선 제가 왜 떠났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때 전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했어요. 영화 단역으로도 출연하고요. 테크니컬 디렉터도 그때 한 일이에요. 그런데 현실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워낙 무명이라 캐스팅됐던 역할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하고요. 상처를 받던 찰나에 최민식 선배가 "내가 보니까 네가 사람을 잘 가르치는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유망 직종을 검색했는데 1위가 물리치료사, 2위가 퍼스널 트레이너가 나오는 거예요. 그땐 지금처럼 PT가 대중화된 때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기로 했고, 당시 가장 큰 엔터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비타500 사 들고 가서 기다리면서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죠. 며칠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미팅 기회가 생겼고, 그때 처음 시작한 게 슈퍼주니어 출신 김기범이었어요. 이후 걸그룹이 나온다고, 여자 연습생들 운동을 시켜보라고 했는데 그게 소녀시대였어요.
▲ 열정이 남달랐던 거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땐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희 팀 이름이 '에이팀'인데, '언제, 어디든, 우리가 간다'는 뜻을 담았어요. 같이 하는 친구들이 원하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가서 트레이닝을 해준다는 콘셉트였죠. 그런데 규모를 키워가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체육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한 대기업의 투자도 받았어요. 그땐 그런 사례가 드물어서 '그 회사 쪽 가족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는데, 저는 프리젠테이션 해서 사업 설명하고, 투자를 받은 거였죠.
▲ 그렇게 자리 잡은 일을 그만두고, 연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한번 시작하면 스톱이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마음속 한 가운데에 넣어두는 거죠. 어릴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안 본 영화, 드라마가 없어서 '얘 뭐하는 애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죠.(웃음) 그래서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감독님, 제작사 분들도 예뻐해 주셨던 거 같아요. 애정이 있는 아이라고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마)동석 형도 이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제가 연기를 그만두고 트레이너 일만 하면서 만나면 복싱 얘기, 운동 얘기만 했지만요. 그러다 '범죄도시4'를 준비하면서 조부장이라는 역이 저랑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얘기하면서 '오디션을 보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합격 여부는 저의 몫이지만, 어쨌든 저를 링 위에 올려주겠다는 거잖아요. 뭔가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더라고요. 특히 대본을 보니 '아, 이건 내가 해야겠다' 싶은 거예요. 액션 시퀀스 자체가 칼과 복싱을 같이 해야 하는 인물인데, 허 감독이 저를 잘 알고 디자인한 느낌이었어요.
▲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했을까요?
엄청 열심히 했죠. 제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너로 일할 때 연기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10년 만에 전화했어요. 오디션 기회가 왔는데 도와달라고요.'단기간에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길래, '미친 듯이 하겠다'고 해서 3개월 동안 준비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이재용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죠. 제가 하늘을 보며 기도한 게 인생에서 2번 있어요. 한번은 저희 아이가 태어났을 때, 또 한번은 이번 오디션이었어요. 촬영 내내 살얼음판을 걸었어요.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 김무열 배우가 동생인데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말하고, 그 후엔 의전하듯 모셨죠.(웃음) 무열이는 제 연기를 봐주고, 저는 무열이의 운동을 돕고 하면서 더 친해진 거 같아요.
▲ 조부장의 화려한 액션이 특히 돋보이던데.
촬영 전부터 끝날 때까지 액션 스쿨을 다녔어요. 운동, 연기 연습하면서 액션 스쿨에서 제가 해야 할 몫들을 연습했죠. '쉬어도 된다'고 했어도 갔어요. 저는 허 감독이 원하는 장면이 어떤지 너무 잘 알잖아요. 사실주의, 원테이크 이런 부분들이요. 이걸 잘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저 때문에 카메라 위치를 바꾸고 그 장면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샷을 바꾸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적어도 그 이유가 제가 아니길 바랐죠. 또 무조건 테이크 10번 안에 끝내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야 촬영장에서 제 신뢰감이 높아질 거라 여겼거든요. ▲ 현장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던가요?
정말 공들였던 장면도 10번이 안 돼 끝났어요. 촬영 기간을 3일을 잡아 놓은 걸 2.5일 만에 종료했죠. 허 감독이 마지막 촬영분을 찍고 '조부장 수고했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더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연습한 거에 40%밖에 못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많이 잘린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못해서 욕먹는 건 평생인데,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더라고요. 제 역할을 다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캐스팅을 반대하셨다는 분도 시사회 끝나고 '나, 미웠지?'라고 안아주시더라고요. 지금은 굉장히 잘해주세요. 지금 생각하면 다 감사해요. 그때의 긴장감이 저를 더 치열하게 이끌어준 거 같아요.
▲ '1000만 배우'가 된 후 달라진 일상이 있나요?
조부장이란 캐릭터가 제가 보기엔 멋있었지만, 이렇게 임팩트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연기에 대해 아쉬움은 남지만, '어색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요. 아파트 상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고, 아이 유치원 셔틀을 태워주는데 선생님이 '혹시 영화에 나오셨냐'고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우호적인 댓글들도 보면서 감사했죠.
▲ 무대 인사를 돌며 전국을 다니고 계시는데요.
너무 좋더라고요. '나, 이런 거랑 잘 맞아' 싶었어요.(웃음) 이런 행사를 힘들어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너무 재밌는 거예요. 물론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었어요. 스케줄도 몰려있고, 몸살감기도 와서 링거도 맞았어요. 처음엔 '24시간도 할 수 있다'고 의욕이 넘쳤는데, 하루 만에 뻗었어요. ▲ 가족들 반응도 궁금해요.
아내는 광고 사진을 찍던 사람이에요.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일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자리가 잡혔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도전하고 싶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워요. 아이는 올해 5살인데, '아빠 권투하는 것도 보는데 왜 영화는 못 보게 하냐'고 하긴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긴 해요. 언젠가 자라면 보게 되겠죠? 저도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요.
▲ 복싱선수에서 트레이너, 그리고 배우의 인생을 살아온 선배이자 오디션 결과에 대해 끝까지 신뢰를 보여준 배우가 마동석인데요. 어떤 격려를 해줬을까요?
정말 많은 얘길 해줬어요. 무대인사를 돌 땐 '관객 수가 올라갈 때마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거다', '주변 사람들도 이럴 거다'라고 말해줬는데, 그게 다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연기적으로도 '네가 잘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복싱 기술 익히듯이 연기를 하지 말고, 1, 2년 안에 정점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말을 해줬어요. 남는 시간마다 시나리오를 보고, 섀도복싱을 하듯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하고, 실제로도 연기를 해보라는 조언도 해줬고요. 제가 강점인 액션으로 정점을 찍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대부님'이라고 할 정도예요.
▲ 마동석 배우와 함께 복싱 체육관을 운영한다요.
이번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하던 일 중 많은 부분을 정리했어요. 연기라는 게 기다림의 작업이고, 중심을 잡기 힘든 부분도 있잖아요. 생계도 챙겨야 하고요. 제가 연기도 늦게 시작했지만, 재능도 살리면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함께 해보자고 하셨어요. 저도 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일이라 안 할 이유가 없었고요. 50명 회원만 받는 복싱 전문 체육관이고, 저와 동석 형님을 포함한 관장들이 운동을 봐주고 있어요. 요즘 복싱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는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해보자'는 개념으로 만들게 됐어요.
▲ 차기작이 정해졌을까요?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이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논의 중인 작품은 있어요.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하려고요. 최대한 노력해서 빨리 관객들을 만나도록 해야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영화 '범죄도시4'에서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의 오른팔로 강한 인상을 남긴 조부장 역의 '신인' 배우 김지훈의 말이다. 강렬한 액션과 눈빛 연기로 '범죄도시4'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놀라운 신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그는 연예계에서 유명한 'PT샘'(퍼스널 트레이너 선생님)이었다. 그룹 소녀시대, 배우 김수현, 조여정, 정경호 등 유명 연예인들의 몸을 만들어준 사람이기 때문. 포털 사이트에 '김지훈'을 검색하면, 운동 인플루언서로 나오는 이유다.
복싱 선수를 거쳐 국내에서 알아주는 퍼스널 트레이너로 수년간 활동해왔지만, 김지훈은 "오래전부터 연기에 꿈이 있었다"며 "현실에 상처받고, 생업에 밀려 넣어뒀던 꿈을 '범죄도시4' 오디션 제안을 받고 다시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벌써 차기작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김지훈은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 장점을 살려 액션으로 정점을 찍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범죄도시4' 출연하기 전 이력이 독특합니다.
헬스 트레이너 생활을 10년 정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연예인을 꼽는다면 슈퍼주니어부터 소녀시대, 김수현, 조여정, 정경호, 옥주현 씨 등 엄청납니다. 영화에 테크니컬 디렉터(기술감독)로도 참여해왔습니다. 액션 장르 영화에는 무술감독이 있지만, 그걸 배우들이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 기술감독이잖아요. 운동과 트레이닝도 돕고, 액션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 어떻게 유명인들의 전담 트레이너가 됐을까요?
복싱 선수 생활을 오래 했어요. 우승하고, 선수로 정점을 찍고 떠났어요. 아마 복싱 쪽에선 제가 왜 떠났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때 전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했어요. 영화 단역으로도 출연하고요. 테크니컬 디렉터도 그때 한 일이에요. 그런데 현실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워낙 무명이라 캐스팅됐던 역할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하고요. 상처를 받던 찰나에 최민식 선배가 "내가 보니까 네가 사람을 잘 가르치는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유망 직종을 검색했는데 1위가 물리치료사, 2위가 퍼스널 트레이너가 나오는 거예요. 그땐 지금처럼 PT가 대중화된 때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기로 했고, 당시 가장 큰 엔터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비타500 사 들고 가서 기다리면서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죠. 며칠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미팅 기회가 생겼고, 그때 처음 시작한 게 슈퍼주니어 출신 김기범이었어요. 이후 걸그룹이 나온다고, 여자 연습생들 운동을 시켜보라고 했는데 그게 소녀시대였어요.
▲ 열정이 남달랐던 거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땐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희 팀 이름이 '에이팀'인데, '언제, 어디든, 우리가 간다'는 뜻을 담았어요. 같이 하는 친구들이 원하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가서 트레이닝을 해준다는 콘셉트였죠. 그런데 규모를 키워가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체육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한 대기업의 투자도 받았어요. 그땐 그런 사례가 드물어서 '그 회사 쪽 가족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는데, 저는 프리젠테이션 해서 사업 설명하고, 투자를 받은 거였죠.
▲ 그렇게 자리 잡은 일을 그만두고, 연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한번 시작하면 스톱이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마음속 한 가운데에 넣어두는 거죠. 어릴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안 본 영화, 드라마가 없어서 '얘 뭐하는 애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죠.(웃음) 그래서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감독님, 제작사 분들도 예뻐해 주셨던 거 같아요. 애정이 있는 아이라고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마)동석 형도 이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제가 연기를 그만두고 트레이너 일만 하면서 만나면 복싱 얘기, 운동 얘기만 했지만요. 그러다 '범죄도시4'를 준비하면서 조부장이라는 역이 저랑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얘기하면서 '오디션을 보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합격 여부는 저의 몫이지만, 어쨌든 저를 링 위에 올려주겠다는 거잖아요. 뭔가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더라고요. 특히 대본을 보니 '아, 이건 내가 해야겠다' 싶은 거예요. 액션 시퀀스 자체가 칼과 복싱을 같이 해야 하는 인물인데, 허 감독이 저를 잘 알고 디자인한 느낌이었어요.
▲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했을까요?
엄청 열심히 했죠. 제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너로 일할 때 연기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10년 만에 전화했어요. 오디션 기회가 왔는데 도와달라고요.'단기간에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길래, '미친 듯이 하겠다'고 해서 3개월 동안 준비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이재용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죠. 제가 하늘을 보며 기도한 게 인생에서 2번 있어요. 한번은 저희 아이가 태어났을 때, 또 한번은 이번 오디션이었어요. 촬영 내내 살얼음판을 걸었어요.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 김무열 배우가 동생인데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말하고, 그 후엔 의전하듯 모셨죠.(웃음) 무열이는 제 연기를 봐주고, 저는 무열이의 운동을 돕고 하면서 더 친해진 거 같아요.
▲ 조부장의 화려한 액션이 특히 돋보이던데.
촬영 전부터 끝날 때까지 액션 스쿨을 다녔어요. 운동, 연기 연습하면서 액션 스쿨에서 제가 해야 할 몫들을 연습했죠. '쉬어도 된다'고 했어도 갔어요. 저는 허 감독이 원하는 장면이 어떤지 너무 잘 알잖아요. 사실주의, 원테이크 이런 부분들이요. 이걸 잘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저 때문에 카메라 위치를 바꾸고 그 장면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샷을 바꾸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적어도 그 이유가 제가 아니길 바랐죠. 또 무조건 테이크 10번 안에 끝내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야 촬영장에서 제 신뢰감이 높아질 거라 여겼거든요. ▲ 현장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던가요?
정말 공들였던 장면도 10번이 안 돼 끝났어요. 촬영 기간을 3일을 잡아 놓은 걸 2.5일 만에 종료했죠. 허 감독이 마지막 촬영분을 찍고 '조부장 수고했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더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연습한 거에 40%밖에 못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많이 잘린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못해서 욕먹는 건 평생인데,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더라고요. 제 역할을 다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캐스팅을 반대하셨다는 분도 시사회 끝나고 '나, 미웠지?'라고 안아주시더라고요. 지금은 굉장히 잘해주세요. 지금 생각하면 다 감사해요. 그때의 긴장감이 저를 더 치열하게 이끌어준 거 같아요.
▲ '1000만 배우'가 된 후 달라진 일상이 있나요?
조부장이란 캐릭터가 제가 보기엔 멋있었지만, 이렇게 임팩트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연기에 대해 아쉬움은 남지만, '어색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요. 아파트 상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고, 아이 유치원 셔틀을 태워주는데 선생님이 '혹시 영화에 나오셨냐'고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우호적인 댓글들도 보면서 감사했죠.
▲ 무대 인사를 돌며 전국을 다니고 계시는데요.
너무 좋더라고요. '나, 이런 거랑 잘 맞아' 싶었어요.(웃음) 이런 행사를 힘들어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너무 재밌는 거예요. 물론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었어요. 스케줄도 몰려있고, 몸살감기도 와서 링거도 맞았어요. 처음엔 '24시간도 할 수 있다'고 의욕이 넘쳤는데, 하루 만에 뻗었어요. ▲ 가족들 반응도 궁금해요.
아내는 광고 사진을 찍던 사람이에요.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일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자리가 잡혔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도전하고 싶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워요. 아이는 올해 5살인데, '아빠 권투하는 것도 보는데 왜 영화는 못 보게 하냐'고 하긴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긴 해요. 언젠가 자라면 보게 되겠죠? 저도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요.
▲ 복싱선수에서 트레이너, 그리고 배우의 인생을 살아온 선배이자 오디션 결과에 대해 끝까지 신뢰를 보여준 배우가 마동석인데요. 어떤 격려를 해줬을까요?
정말 많은 얘길 해줬어요. 무대인사를 돌 땐 '관객 수가 올라갈 때마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거다', '주변 사람들도 이럴 거다'라고 말해줬는데, 그게 다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연기적으로도 '네가 잘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복싱 기술 익히듯이 연기를 하지 말고, 1, 2년 안에 정점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말을 해줬어요. 남는 시간마다 시나리오를 보고, 섀도복싱을 하듯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하고, 실제로도 연기를 해보라는 조언도 해줬고요. 제가 강점인 액션으로 정점을 찍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대부님'이라고 할 정도예요.
▲ 마동석 배우와 함께 복싱 체육관을 운영한다요.
이번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하던 일 중 많은 부분을 정리했어요. 연기라는 게 기다림의 작업이고, 중심을 잡기 힘든 부분도 있잖아요. 생계도 챙겨야 하고요. 제가 연기도 늦게 시작했지만, 재능도 살리면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함께 해보자고 하셨어요. 저도 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일이라 안 할 이유가 없었고요. 50명 회원만 받는 복싱 전문 체육관이고, 저와 동석 형님을 포함한 관장들이 운동을 봐주고 있어요. 요즘 복싱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는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해보자'는 개념으로 만들게 됐어요.
▲ 차기작이 정해졌을까요?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이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논의 중인 작품은 있어요.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하려고요. 최대한 노력해서 빨리 관객들을 만나도록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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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